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 서밋) 참석차 몽골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번 아셈 정상회의가 역내 자유무역과 포용적 성장, 창조혁신의 확산에 추동력을 제공하기 바란다”며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내년 한국에서 아셈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최근 13년간 개최되지 않았던 아셈 경제장관회의를 한국서 부활시키고 한국이 아시아·유럽간 협력 활성화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샹그릴라 호텔서 열린 아셈 전체회의 1세션에서 아시아 대표 자격으로 선도발언을 했다. 1996년 창설돼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아셈은 아시아·유럽 51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다. 올해 회의엔 박 대통령을 비롯해 EU 정상격인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양 대륙 주요국 정상과 각료들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으로 선도발언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희생자 가족과 프랑스 국민들께 심심한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무고한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행위는 용납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유럽통합의 장래 문제를 넘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질서의 지속가능 여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세계경제 성장이 자유무역의 확산과 궤를 같이 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하고 아셈 차원에서도 자유무역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내 자유무역 확산을 위한 조치중 하나로 거론한 것이 현재 중단 상태에 있는 아셈 경제장관회의 부활이다. 이 회의는 지난 2003년 중국 대련에서 개최된 것을 끝으로 지금까지 13년간 열리지 않았다. 이 회의는 2005년 네덜란드에서 개최 예정이었으나, 당시 미얀마 인권문제가 국제적 논란이 되면서 네덜란드 정부가 미얀마 각료의 입국을 불허했고 이에 대해 미얀마가 속한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집단 반발해 불참하면서 회의가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은 전체회의 세션1에서 의장국인 몽골의 엘벡도르지 대통령 개회사에 이어 가장 먼저 발언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에 이어 중국·일본·프랑스·체코·EU가 차례로 선도발언자로 나섰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의 참석자중엔 각국 국가수반인 대통령뿐 아니라 총리·장관급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며 “의전서열은 대통령-총리-장관 순서로 하되, 같은 대통령중엔 재임기간을 기준으로 순서를 정해 우리 대통령이 가장 먼저 선도발언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울란바토르(몽골) =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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