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 건 야권이 대기업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킬 소지가 있는 상법 개정안을 이달초 발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 상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어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추진해 오던 대기업그룹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13일 기업이 분할할 때 존속회사의 자사주에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에는 더민주 김종인 대표, 진영 의원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등 야당 의원 10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번 개정안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고민해 오던 기업 입장에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사주는 회사 측이 보유한 자사 주식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지주회사 전환 시 대기업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기업을 인적분할할 경우 존속회사(지주회사)가 신설회사(자회사) 신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A라는 회사가 A사(존속회사)와 B사(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하면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는 A사는 보유 중인 자사주에 분할비율 등을 반영해 산출된 규모의 B사 신주를 갖게 된다. 게다가 이 지분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와 달리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이기 때문에 A사는 B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이후 오너 일가에선 보유 중인 B사 지분을 A사 지분으로 맞교환 하며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박용진 의원은 "자사주는 회사 돈으로 매입하는 것인데 재벌총수들은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며 "이는 주주평등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성부 LK파트너스 대표는 "만약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그룹 등 아직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들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제윤경 더민주 의원도 재벌 총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공정위가 기업집단 지정시 기업의 오너인 ‘동일인' 관련 자료를 각 기업집단으로부터 제출받아 지정하도록 했다. 동일인은 일감몰아주기를 비롯한 각종 전횡을 제재할 때 검찰 고발의 대상이 돼 오너에 대한 법적 제재가 강화되는데 이번 법안의 방점이 찍혀 있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