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된 국회 원구성 시한…의사봉에 숨은 권력싸움
제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국회 원(院) 구성은 결국 법을 어길 게 확실시됩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원(院) 구성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6일 엿새 만에 협상을 공식적으로 재개했지만, 각당의 입장이 엇갈려 난항을 겪었습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시기에 대해 명확히 규정해 놨습니다.
우선 총선 후 최초의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개시 후 7일에 집회하며(제5조), 의장·부의장 선거는 최초 집회일에 실시하고(제15조), 상임위원장 선거는 최초 집회일부터 3일 이내에 실시(제41조)토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94년 6월 이 조항이 들어간 이래 지금껏 22년 동안 단 한 번도 법을 준수하지 않아 사문화된 조항이나 다름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국회는 따지고 보면 4·13 총선 이후 두 달 동안, 길게 잡으면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돌입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반년 넘게 하는 일 없이 세비만 꼬박꼬박 챙긴 셈입니다.
올해는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여야간 힘겨루기가 더욱 치열해 국회 공백은 더욱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국회의 의사봉을 쥔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고, 핵심 상임위인 운영위·법제사법위·예결위의 사회권을 가진 위원장 자리를 여야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에 달렸습니다.
특히 국회 운영에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장은 여야 모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비록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요건을 크게 제한한 개정 국회법(일명 선진화법) 때문에 권한이 많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임명동의안이나 주요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대법관 등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여부가 상당 부분 국회의장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장직을 지키기로 태도를 돌변했다고 야당이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며칠 동안 이어진 야당의 필리버스터에도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도 국가 안위와 관련된 법이라는 의장의 해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집권 여당이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 국회의장을 차지했던 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입법부와 행정부는 별개로 원내 제1당이 의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국회의 입구로 통하는 운영위는 청와대를 국정감사의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야당은 사고를 보고받은 직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캐겠다고 운영위 소집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정치 공세라며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법사위는 법률안의 최종 관문으로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도 여기서 반대하면 막힙니다.
지난 2013년 말 여야 지도부가 새해 예산안을 처리키로 하고도 결국 이듬해 1월1일 오전이 지나서야 통과한 것은 당시 야당 소속으로 법사위원장이던 박영선 의원이 새누리당이 통과를 원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막아섰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제17대 국회에서는 야당이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의사 진행을 거부하며 여당이 추진하던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끝내 저지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현재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였습니다.
예결위는 새해 예산을 심의·의결함으로써 국가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모두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법인세를 포함한 세제 전반을 다루는 기획재정위, 금융권을 한눈에 들여다봄으로써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무위 역시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국회가 시작될 때마다 원구성 협상은 벼랑 끝까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원구성 시한 정도만 규정할 게 아니라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의 배분 기준을 명확하게 신설하자는 지적도 있습니다.
요컨대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이 한다', '운영위원장은 집권한 교섭단체 대표가 한다', '법사위원장은 집권당이 아닌 교섭단체가 한다'는 등의 방식으로 이번 국회 임기 중 정해 놓고 제21대 국회부터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원구성 시한에 대해 국회법이 규정하고는 있지만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하느냐까지 구체적으로 정한다면 국회 공백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
제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국회 원(院) 구성은 결국 법을 어길 게 확실시됩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원(院) 구성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6일 엿새 만에 협상을 공식적으로 재개했지만, 각당의 입장이 엇갈려 난항을 겪었습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시기에 대해 명확히 규정해 놨습니다.
우선 총선 후 최초의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개시 후 7일에 집회하며(제5조), 의장·부의장 선거는 최초 집회일에 실시하고(제15조), 상임위원장 선거는 최초 집회일부터 3일 이내에 실시(제41조)토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94년 6월 이 조항이 들어간 이래 지금껏 22년 동안 단 한 번도 법을 준수하지 않아 사문화된 조항이나 다름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국회는 따지고 보면 4·13 총선 이후 두 달 동안, 길게 잡으면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돌입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반년 넘게 하는 일 없이 세비만 꼬박꼬박 챙긴 셈입니다.
올해는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여야간 힘겨루기가 더욱 치열해 국회 공백은 더욱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국회의 의사봉을 쥔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고, 핵심 상임위인 운영위·법제사법위·예결위의 사회권을 가진 위원장 자리를 여야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에 달렸습니다.
특히 국회 운영에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장은 여야 모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비록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요건을 크게 제한한 개정 국회법(일명 선진화법) 때문에 권한이 많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임명동의안이나 주요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대법관 등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 여부가 상당 부분 국회의장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장직을 지키기로 태도를 돌변했다고 야당이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며칠 동안 이어진 야당의 필리버스터에도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도 국가 안위와 관련된 법이라는 의장의 해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집권 여당이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 국회의장을 차지했던 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입법부와 행정부는 별개로 원내 제1당이 의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국회의 입구로 통하는 운영위는 청와대를 국정감사의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야당은 사고를 보고받은 직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캐겠다고 운영위 소집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정치 공세라며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법사위는 법률안의 최종 관문으로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도 여기서 반대하면 막힙니다.
지난 2013년 말 여야 지도부가 새해 예산안을 처리키로 하고도 결국 이듬해 1월1일 오전이 지나서야 통과한 것은 당시 야당 소속으로 법사위원장이던 박영선 의원이 새누리당이 통과를 원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막아섰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제17대 국회에서는 야당이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의사 진행을 거부하며 여당이 추진하던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끝내 저지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현재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였습니다.
예결위는 새해 예산을 심의·의결함으로써 국가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모두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법인세를 포함한 세제 전반을 다루는 기획재정위, 금융권을 한눈에 들여다봄으로써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무위 역시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국회가 시작될 때마다 원구성 협상은 벼랑 끝까지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원구성 시한 정도만 규정할 게 아니라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의 배분 기준을 명확하게 신설하자는 지적도 있습니다.
요컨대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이 한다', '운영위원장은 집권한 교섭단체 대표가 한다', '법사위원장은 집권당이 아닌 교섭단체가 한다'는 등의 방식으로 이번 국회 임기 중 정해 놓고 제21대 국회부터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원구성 시한에 대해 국회법이 규정하고는 있지만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하느냐까지 구체적으로 정한다면 국회 공백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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