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비서진 인적개편을 전격 단행한 것은 향후 거대 야당과의 관계, 최근 새롭게 짜여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의 관계 설정, 더 나아가 내년 대선 등 복합적으로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달초 이란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미 청와대 인사개편을 결심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 순방으로 역대 최대 경제외교 성과를 올린데다 3당 원내지도부 회동으로 ‘협치’ 가능성에 대한 국민기대가 높아지자 회동 직후인 15일 인사발표를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3일 여야 회동 바로 다음날, 현정택 정책조정수석과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박 대통령이 직접 인사 방침을 설명했고, 이날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특히 현 수석에게 교체 사실을 알리면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 향후 거취와 관련해 여운을 남겼다고 한다.
당초 박 대통령은 이날 인사를 단행한 비서실장·정책조정수석·경제수석뿐 아니라 다른 수석비서관들에 대한 인사도 검토했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10개 수석실을 총괄 조정해 온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을 교체하면 나머지 수석들은 굳이 교체할 필요성이 없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4·13 총선 직후부터 이미 사의를 표했던 이병기 실장과 함께 현 수석을 교체하는 선에서 결론을 냈다는 후문이다. 경제수석은 안종범 수석이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사 대상에 올랐다.
이원종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배경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차적으로 ‘대국회 소통’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임 이 실장은 인간관계가 아주 원만하고 특히 소통에 매우 밝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분”이라며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충분히 얘기가 통하는 분이고, 국민들이 원하는 협치를 펼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실 분”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현정부 들어 비서실장은 물론 총리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언젠가는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4·13 총선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가 새롭게 짜여진 것도 비서실장 교체 필요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전 이병기 실장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만큼, 김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비서실장이었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 충청권 출신인 정진석 원내대표(충남 공주·부여·청양)가 새로운 지도부에 입성하게 됐으니, 비서실장 역할도 거기에 따라가는게 순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신임 이 실장과 정 원내대표는 같은 충청권 인사로서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게다가 이날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결정된 김용태 의원도 충청권(대전) 출신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원종 실장 인선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충청권 유력 인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실장은 이날 인사발표후 춘추관에 들러 인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의 힘을 하나로 합쳐서 대통령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좌하겠다”며 “대통령이 원활한 국정운영 펼쳐 나가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종범 경제수석이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동하고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신임 경제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청와대 경제라인도 새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로써 청와대 수석비서관중에 정치인(국회의원) 출신은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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