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직까지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 선거구가 전국적으로 11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초접전 양상인 셈이다.
판세를 알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는 최근 공천 파동 이후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 및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 효과와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및 국민의당 수도권 분열 효과 중 어느 쪽이 표심에 더 영향을 미칠 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대구 지역의 무소속 후보 약진 현상, 호남의 야당후보간 경쟁, 충청 지역에서 지역당이 사라진 효과 등 감안해야 할 변수들이 많아 각 당의 선거 전문가들조차 자신있는 판세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은 83곳, 더민주는 35곳, 국민의당은 20곳, 정의당은 2곳을 각각 우세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은 동작을, 서초갑, 서초을, 강남갑, 강남을, 강남병, 송파갑 등 7개 지역을 우세로 판단했고 경기도에서는 성남분당, 팽택 등을 포함해 총 14개 지역구를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인천에서는 남갑만 우세 지역으로 꼽혔다. 더민주는 서울에서 용산, 동대문을, 강북을, 도봉갑, 노원을, 마포갑, 구로갑, 구로을, 관악갑 등 9개 지역, 경기에서는 성남수정, 안양동안갑 등 8개 지역, 인천에서는 계양을 1개 지역에서 우세를 점쳤다. 반면 국민의당은 수도권 전체에서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 1개 지역만 우세로 분류했다.
충청권은 각 당 판세 분석결과 새누리당의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충남 11개 선거구 가운데 논산·계룡·금산, 홍성·예산 등 8개 지역, 충북에서 청주상당· 충주 등 5개 지역에서 각각 우세를 점쳤다. 반면 대전·세종에서는 우세 분류 지역구가 없었다. 더민주는 충남에서 천안을·천안병 등 2곳, 대전에서 유성 등 4곳에서만 우세를 전망했다. 19대 총선에서 충청 지역당 역할을 담당했던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과 통합되면서 충청권의 여당 강세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의 경우 대구 지역 무소속과 야권 후보들의 선전 여부에 판세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대구 12개 선거구중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5곳만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더민주 김부겸 후보가 나선 수성갑, 무소속 주호영 의원의 수성을 등은 경합 또는 경합 열세로 분류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 여당 지지층 재결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뚜껑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은 새누리당이 23곳에서 우세를 점쳤고, 더민주는 김해갑·을에서만 우세를 전망했다. 그러나 더민주 후보가 선전 중인 부산 북·강서갑, 진보진영 단일후보가 출마한 울산 동구와 북구 등에서 야권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호각지세의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당초 더민주가 우세한 것으로 분류됐던 전북 지역에서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오르면서 박빙이며, 국민의당 강세로 분류됐던 전남 지역은 오히려 더민주 후보들이 선전하며 예측불허 양상이 되고 있다. 광주는 더민주가 광산을 1곳에서만 우세를 점칠 정도로 국민의당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북에서는 10개 선거구 가운데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각각 2개와 6개 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으며 전남 10개 선거구에선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각각 5~6개 지역 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결과를 좌우할 막판 변수로는 야권 단일화를 비롯해 사표 방지 심리, 새누리당 지지층의 재결집 여부, 뜻하지 않은 막판 실언 등이 꼽힌다. 수도권 122개 지역중 104곳에서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 3자 구도로 선거전이 진행됨에 따라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4일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수도권 야권단일화는 물건너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별로 국민의당, 정의당, 민주당 지지층이 사표 방지를 위해 야권 1위 후보로 표를 몰아줄 지가 수도권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동반 지지율 하락이 오히려 새누리당 지지층에 위기감을 불어넣어 표심이 재결집할 지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보수층 재결집 현상이 강화되면 대구와 수도권 등의 경합 선거구에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막말이나 실언 등 크고 작은 실수도 박빙 선거전에서는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야권 연대는 시기적으로 늦었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겠지만 그래도 막판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김명환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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