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일 작심한듯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개혁 4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기존 쟁점법안 외에 9개 민생법안을 추가로 언급하며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업들과 개인 창업자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일”이라며 “한 기업이 실패를 하면 거기에 딸린 직원들과 가족들이 거리에 나앉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9개 법안을 새롭게 언급한 것엔 그 어떤 정치적 배경도 없다”며 “새로 언급한 9개 법안 모두 기존 쟁점법안 못지 않게 우리 경제를 위해 중요한 것으로 판단해 진정성을 담아 국민들께 각인시켜드리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가된 9개 법안은 지난해 여야가 상임위에서 이미 합의했고 특별한 쟁점이 없는데도 국회에 발목잡힌 상황을 대통령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3개 경제활력제고법
새로 언급된 9개 법안중 3개는 크게 경제활력제고법으로 구분된다. 그중 첫번째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다. 기업 워크아웃 추진의 법적 근거가 되는 이 법안은 지난해말 처리가 무산돼 효력을 상실했다. 일시적 유동성에 문제가 있으나 회생가능한 기업을 조기에 정상화시키려면 이 법안을 다시 살려야 한다. 박대통령은 이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기업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한다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아픈 기업을 치료해서 건강하게 만들어 우리 기업과 산업 전반에 경쟁력을 불어 넣는 법”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스닥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증권거래소의 글로벌화 기반을 갖추기 위해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2년전 발의된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명문 장수기업의 정의와 요건을 명확히 하고 명문 장수기업으로 인정받은 기업에 대해 맞춤형 지원을 해주자는 법이다. 박 대통령은 “독일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1만개를 넘고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평균 60년 이상 장수한 기업들”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10개도 되지 않는데 독일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이 법을 통과시키면 우리도 탄탄한 히든챔피언을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개 민생안정법
대부업법 개정안은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34.9%에서 29.9%로 대폭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법정 최고금리가 대폭 하향되면 최소 270만명 서민들이 4600억원 이상의 이자부담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민금융생활지원법은 서민금융을 총괄하는 기구, 즉 ‘서민금융진흥원’ 신설에 관한 법률이다. 휴면예금관리재단(미소금융재단)과 신용회복위원회, 자산관리공사 등으로 분산된 서민금융 지원 기능을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일원화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박대통령은 “서민들이 금융지원을 받기 위해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금융상담·저리대출·채무조정 등 모든 지원을 한곳에서 제공하는 원스톱 맞춤형 서민금융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재작년 12월에 발의된 이 법안도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2개 구조개혁 관련법
박대통령은 교육개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학구조개혁법과 공공개혁에 속하는 페이고법(Pay-go, 국회법)도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대학구조개혁법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학의 자발적 구조개혁을 촉진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고등교육의 질적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현재와 같은 대학 정원 및 학과 구조가 유지될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79만명의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페이고법은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경우 비용추정과 함께 재원조달 방안도 반드시 제출하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재원낭비를 막고 국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박 대통령은 “가정에서도 새로 돈 쓸 곳이 생기면 불필요한 씀씀이부터 줄이듯이 나라 살림도 복지 분야 등에 새로운 지출 요소가 예상되면 기존 사업을 절약해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미국은 2010년 강력한 페이고 원칙을 적용해 2020년까지 640억달러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고 말했다.
◆2개 국제신뢰도 제고법안
민간투자법은 경찰서 등을 제외한 각종 관공서 건물을 민간투자 사업 대상시설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우체국과 세무서 등 관공서를 민간회사가 고층으로 건축한 후 1~2층은 관공서, 나머지는 복지센터·문화센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2년 이상 국회에 계류중이다.
행정규제기본법은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개정할 때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한 뒤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규제항목을 두자는 ‘네거티브 원칙’이 기본이다. 이 법은 또 규제비용총량제 실시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해 G20 정상회의 때 성장전략 이행평가에서 G20 국가중 2위를 기록했는데 1위가 아닌 2위가 된 주요 원인은 민간투자법과 행정규제기본법이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해서였다”며 “이 법이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니고 정쟁의 대상도 아닌데 국회에 묶여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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