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 주범으로 지목받는 ‘친노 세력’이 본격적인 세력 결집에 나섰다.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몸을 낮추고 있는 친노 세력이 하나로 뭉쳐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릴지 주목된다.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가균형발전선언 12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민원 전 참여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등 거물급 지자체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는 불참했다.
문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최근 당대표 직에서 물러난 문 대표가 행사 참석 보도로 인해 과도한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코너에 몰린 ‘친노 세력’의 반격이 시작될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과 지난 3일 더민주를 떠난 김한길 의원이 입을 모아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 ‘친노 패권주의’는 야권 분열의 원흉으로 꼽혔다. 여기에 야당의 전통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에서의 문 전 대표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친노 세력은 더욱 몸을 숙였다.
지난 28일 김성곤 더민주 의원이 ‘갑질 논란’으로 20대 총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된 신기남 노영민 더민주 의원의 탄원서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가 중지한 것도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친노 세력이 게속해서 움추린 채로 있을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더민주 관계자는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 성격이 불같다는 것을 알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금은 침묵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행사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노 전 대통령과 세종시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지지 세력 결집에 나섰다.
이 전 국무총리는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울 때 당내 진통이 많았지만 여러 논의를 거쳐서 선거 공약으로 만들고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아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했다”며 “이런 자리가 국가균형발전의 정신을 잘 이어나갈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저는 늘 ‘세종시는 노무현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꿈과 애정이 듬뿍 서려있는 세종시에서 국가균형발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박 서울시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면서 친노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는 일찌감치 무산됐지만 ‘문-박(문재인·박원순) 연대’는 더욱 공고해진만큼 친노 세력과 박 서울시장이 손을 잡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에 대해 정치권 시선이 쏠린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지난 해에는 대전에서 열렸던 행사가 이번에는 세종시에서 열린다는 점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 전 국무총리 지역구인 세종시에서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총선 때 지지율 13.6%(이해찬 지지율 46.8%)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충청 맹주’ 없이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세종시에서 불어오는 ‘노풍(盧風)’으로 인해 충청권에서 더민주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공교롭게도 세종시에서 이런 시기에 진행되어 신경이 쓰이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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