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측 신당 '국민의당'이 11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지만 안 의원은 철저히 주연 대신 조연을 자처했습니다.
행사 내내 내빈석에 앉아있던 안 의원이 마이크를 잡은 것은 행사 후반부로, 창당준비위원장 후보 추대 요청에 "발기인 안철수입니다"라며 손을 들고 일어섰습니다.
안 의원은 연단에 올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한 경과와 배경을 설명했고,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분 남짓이었습니다.
안 의원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에 맞서는 어떤 시도에도 굳건하게 저항하겠다. 선한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 나라,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나라, 배려가 있는 나라,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제 한몸을 던지겠다"고 짧은 소감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낮은 행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당화(私黨化)'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옵니다.
안 의원도 "신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은 창준위원장직 대신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외부인사 영입에 주력하며 창당 과정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발기인과 지지자 등을 포함해 2천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 때 전체 발기인 1천978명 중 1천213명이 참석해 성원이 충족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도 "국민의당 창당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축하 화환을 보냈습니다.
안 의원의 측근그룹과 신당 합류 현역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김성식·박선숙 전 의원 등 일부 원년멤버들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최재천·권은희 의원 등 거취를 완전히 정리하지 않은 의원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대 배경막에는 연두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담대한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혀 있었고, 참석자들도 연두색 손수건을 목에 걸었습니다.
안 의원은 연두색 넥타이 위에 연두색 손수건을 걸었고, 함께 있던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잠복해있던 큰 변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1941년 발간된 '광복' 창간호를 언급, "김구 선생은 당시 독립운동이 중심을 잃은 물체처럼 좌우로 방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약한 우리 정치 현실을 질타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건강한 뿌리를 계승하되 이를 휘감고 있는 칙칙한 곁뿌리들을 단호히 쳐내야 한다. 뿌리를 혁신하는 대대적 분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창준위는 창당 발기취지문에서 "남북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을 기본으로 북방경제시대를 열어나가되 북한의 어떤 도발도 불용하면서 국가안보의 내실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고 안보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노사공존, 대기업·중소기업의 병행발전,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해소를 추구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타협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창준위 규약을 통해서는 부도덕 행위 금지, 분파행동 금지, 당비 대납 불용, 지역주의 극복, 봉사·소액기부 참여 등을 약속했습니다.
인사검증 시스템과 관련,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영입과 공천, 각각의 절차를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만들 것"이라며 "최근의 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 시스템으로 평가하고 훌륭한 사람을 많이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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