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의 업무를 사회적 지위 등으로 방해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일명 ‘조현아법’인 항공보안법 일부개정안 등 47개 법안이 통과됐다.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여야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지난 10일 소집된 12월 임시국회에서는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과 쟁점법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단 한차례도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조현아법’이다. 지난해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승무원에게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 넛 제공 서비스가 매뉴얼에 어긋났다는 이유로 고성을 지르며 기장에게 항공기를 돌리라고 지시하는 한편 박창진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번 개정안에는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을 앞세워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한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폭언 등 소란행위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행위를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도 만들었다. 끊이지 않는 항공기내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 근거를 만든 셈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운항중인 항공기내에서 보청기 심장박동기 전기면도기 휴대용음성녹음기 등을 제외한 전자기기를 사용만해도 최대 벌금 200만원을 물게 된다. 현행법에는 ‘기장 등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조건이 붙어있어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철도 및 지하철 부정승차시 부가운임 납부를 거부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한 철도사업법 일부개정안도 통과됐다. 현행법은 부정승차자에 대해 30배 범위의 부가운임을 징수하는 기준만 규정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미비해 납부 거부시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었다.
부동산투자회사(리츠)의 최소 설립 자본금을 자기관리 리츠의 경우 현행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위탁관리리츠 및 기업구조조정리츠는 현행 5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사모형 위탁관리리츠와 기업구조조정리츠의 영업개시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해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일부개정안도 처리됐다.
이밖에 현행 행정구역 단위 중심의 택시 사업구역을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하거나 변경하도록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자동 지정되는 현행의 규정을 삭제한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 개정안, 전기자동차 등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한 전용주차구획 확보·노상주차요금 50% 감면 등을 신설한 주차장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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