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당연한 연례 행사인 대통령과 장·차관, 국회의원 등의 재산변동사항 공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이뤄낸 파격적 ‘셀프공개’에서 비롯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취임 3일째인 2월 27일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면서 “나는 대통령인 나 자신이 솔선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하는 바”라며 재산을 공개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본인과 부인 손명순 여사 앞으로 상도동 자택과 헬스클럽 회원권, 선박 등 6억 8000여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1993년 5월 공직자 윤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 해 9월 6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입법·사법·행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의 1급 이상 공직자 1160여명의 재산이 일괄 공개됐다. 최근에 와서는 ‘신상털기’라는 역기능이 부각되기도 한 국회 인사청문회의 호된 검증과정도 사실 김 전 대통령이 시작한 공직자 재산공개 조치가 주춧돌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공직사회에 ‘청렴’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는 그는 “5년 임기 동안에 기업인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한테도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금은 기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당시에는 수십년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진 ‘정경유착’을 ‘낡은 관행’으로 낙인찍는 과감한 발언이었다.
‘칼국수’는 그가 내세운 서민적인 청와대의 상징이었다. 국무회의에 이어지는 오찬은 물론 각계 인사들과의 회담에 어김없이 칼국수가 올라왔고 이는 문민정부 청와대의 대표 메뉴가 됐다.
이전 정권에서 구호에 그쳤던 ‘규제개혁’도 본격화됐다. ‘세계화’를 기치로 내건 김영삼 정부는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정부 규제가 민간부문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 하에 적극적인 규제개혁에 나섰다. 1993년 6월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했으며, 1997년에는 ‘행정규제기본법’이 제정되고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기업창업, 공장입지, 자금조달, 시장진입 등 행정 절차가 크게 간소화되며 당시 약 6000건의 규제를 개선했다. 1997년에는 고건 당시 총리 주재로 규제개혁회의를 설치해 약 100건의 규제개혁 과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서동철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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