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통합 문제를 높고 미국과 중국이 팽팽한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박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FTAAP(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지지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세션1에서 “역내 성장기반 확대를 위한 경제통합 노력이 가속화해야 한다”며 “개도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역량 강화 사업과 같은 FTAAP 구상 실현에 한국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자와 만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중국 주도가 맞지만, FTAAP는 중국이 주도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국제회의 석상에서 FTAAP 지지발언을 해 왔던 것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국편을 들겠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FTAAP는 지난 2006년 베트남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발언을 하면서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FTAAP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멕시코·필리핀 등 21개 APEC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경제통합 모델이다.
그러나 미국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FTAAP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 듯 보였다. 미국은 중국이 APEC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감에 따라 중국을 배제한 TPP를 창설해 중국을 견제하려 했다.
미국이 한 발 빼는 사이, 중국이 FTAAP 주도권을 낚아 챘다. 미국 셧다운 사태로 오바마 대통령이 불참했던 2013년 APEC 정상회의(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개방과 포용 정신으로 아태 자유무역 지대를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4월 리바오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FTAAP에 대한 행동에 들어갈 때”라고 언급하는 등 중국이 FTAAP 주도권을 쥐어가는 분위기다.
중국은 FTAAP 외에도 RCEP에 공을 들여왔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에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 6개국을 더해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경제공동체다. 중국은 미국이 제외된 RCEP는 물론 미국을 아우르는 FTAAP에서까지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미국 중심의 TPP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중국 의도대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날 APEC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원론적으로 FTAAP 창설 노력을 함께 기울인다는데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실제론 도전이 만만치 않다. 겉으로는 FTAAP를 대놓고 반대하지 않지만 미국은 TPP에 확실히 무게중심을 두고 중국을 견제했다. 전날 미국은 마닐라에서 APEC 정상회의와 별도로 TPP 정상회의를 여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TPP 미가입국인 중국과 한국은 빠졌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TPP야말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면서 가장 진취적인 통상 협정”이라며 TPP 띄우기에 나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APEC은 아직 중국보다 미국에 유리한 다자외교 무대다. 미국은 과거 군사안보 동맹을 통해 아태지역 패권을 유지했는데 이제는 TPP 등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규범질서를 확립해 가고 있다”며 “반면 아세안이나 아세안안보포럼(ARF) 등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던 중국이 APEC 무대에서 FTAAP를 갖고 미국에 도전하려 하니까 미국이 그걸 견제하려고 부딪치는 모습이 지금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주요국과 남중국해 문제로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점도 중국이 FTAAP를 밀어부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FTAAP 대상국인 APEC 21개 회원국중 필리핀·베트남·말레시이아 등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영해 분쟁에 휘말려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표면상으론 FTAAP 취지에 APEC 회원국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정치적 역학구도가 복잡한 만큼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장애물에 직면할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적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안보·군사 문제는 제로섬 게임 특성이 크지만 경제는 이같은 현상이 덜하다”며 “우리가 양측에 모두 적극 참여하는 것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우리 세대 안에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 중국도 실제론 미국과 긴장을 원치 않는다. 만일 미중간에 결정적 대치상황이 초래됐을 때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만 확실하면 아무 문제 없다”며 “한미는 동맹관계이고 중국과는 동맹이 아닌 전략적동반자란 점을 명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닐라(필리핀) = 남기현 기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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