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지도체제’를 공식 제안했다. 당의 근본적 혁신을 조건으로 대표직 사퇴와 백의종군 가능성도 언급했다.
문 대표는 18일 새정치민주연합 근거지인 광주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세 사람의 지지율을 합하면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높다”면서 “세 사람에게 분명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하고 총선까지 임시지도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지도체제’는 낮은 당 지지율을 대권주자들의 지지율로 돌파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40%대 초반을 기록중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 합계는 30~40%선을 기록중이다. ‘문-안-박’ 3인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과 비등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 구도로 총선을 치르면 해볼만 하다는 계산을 깔고 있는 셈이다.
문 대표는 이미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안-박 희망스크럼’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세 사람이 당내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지도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문·안·박 지도체제’와 관련 대표직 사퇴와 백의종군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의 문화를 바꾸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과 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제대로 된다면 언제든지 대표자리를 내려놓고 백의종군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진영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주류 일각에서는‘문-안-박 지도체제’에서 사실상 안철수 의원이 들러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으며 문재인 대표의 국면전환용 카드에 이용당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문 대표가 ‘대표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가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단 점은 ‘백의종군’주장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 의원들에게도 “공천권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당내에는 단합을 내세워 오히려 혁신을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아직도 대단히 강하다”면서 “지금 나를 흔들어 우리당을 분란의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런 분들도 실제로는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대표에게 공천권을 보장할 권한도 없다”면서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제는 공천권을 서로 나누고 하는 이런 옛날식 정치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해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문 대표는 통합을, 안 전 대표는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며 “나 역시 통합과 혁신에 대한 바람은 간절하지만 지금은 시장으로서 (현행법상) 나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혁신위원회가 많은 혁신을 가져오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국민도 충분히 감동할 만큼 혁신이 잘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을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여러 분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문·안·박 연대’참여를 요구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에 대한 반박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부정부패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나의 주장을 왜곡했다”면서 “진정한 혁신은 불가능한 것 같다”고 밝혀 사실상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천명했다.
여기에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한 거부감도 표출되고 있다. 문재인(경남 거제)·안철수(부산)·박원순(경남 창녕) 3인 모두 부산·경남(PK) 출신이기 때문에 호남지역이 또다시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박지원 의원은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해)국민이 꼼수정치로 본다”면서 “문 대표가 왜 그렇게 문·안·박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박승철 기자 / 광주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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