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국회에 계류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오는 26일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예산안과 FTA 및 노동개혁법안을 연계하겠다고 야당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하는 등 정기국회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17일 당정은 국회에서 긴급 현안간담회를 열고 2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FTA 비준안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또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를 이르면 18일부터 가동하도록 노력하되 만약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야당을 제외한 채로 당정 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6일을 비준일로 정한 것은 그렇게 해야만 올해 연말 1차 관세 인하 혜택을 받고 2016년부터 추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와 함께 예산안과 경제활성화법안의 연계방침도 분명히 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으로선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할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FTA 비준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필요로 하는 예산안과 연계해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득이한 현실에 처했다”며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야당은 자신들이 필요한 내년 총선 예산을 12월2일 처리하고 나면 아쉬울 게 없어서 여당은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에 통사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도 전날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은 오는 30일까지 여야 예산안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당과 정부가 합의해 수정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부수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갈 경우 과반 의석(295석 중 158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단독 통과가 가능한 만큼, 지역구 예산에 목마른 야당을 압박해 FTA나 노동개혁법안 등 통과에 협조하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동안 야당이 주로 쓰던 연계전략까지 새누리당이 쓰는 것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아무런 성과를 못 낼 경우 예산안만 처리하고 끝나는 ‘빈손국회’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다음달 9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FTA나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는 판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도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한·중 FTA 연내 발효를 위해서는 26일까지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서 통탄스럽다. 앞으로는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한 바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나 관광진흥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관련해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강경 모드’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야당은 곧바로 반발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김무성 대표는 법안과 예산을 연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자동 부의를 악용하여 악법을 밀어붙이고 야당을 겁박하는 한심한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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