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첫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디딘 데 대해 국내외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3년 반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대체로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서로 후속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적어도 2018년 초까지 정권을 유지할 양국 정상들이 앞으로 여러 다자외교 무대를 활용해 양자 회담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NHK는 아베 총리가 이달 중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15~16일)와 필리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8~19일), 말레이시아 아세안+3 정상회의(21~22일) 등을 활용해 한·중과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3일 “가까운 시일 내 양측 정상이 다자 정상외교를 계기로 만날 기회가 2~3차례 더 있다”며 “이를 계기로 기회가 있을때마다 정상회담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나아가 이 교수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내년에는 박 대통령이 일본을 공식 혹은 국빈 방문할 수 있도록 양측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우리 측이 감정적 차원에서 벗어나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국익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 한·미·일 틀 안에서 정보공유약정 등이 있으나 (국익적 관점에서) 한·일간에도 좀더 정보를 교환하고 군사적인 교류가 진척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조기타결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는 측면에서 일본 측이 좀 더 성의를 보일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내년에 일본에서 한·일·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무슨 대답을 내놓아야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의미를 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 전문가들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동북아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한·미·일 협력구도 복원과 내실화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한·일 정상이 우호적 만남을 가진 것은 새로운 진전을 향한 좋은 시그널”이라면서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합의한 내용은 지난 해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당시에 나온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상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국민정서를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으로서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고 관계를 회복할 것을 기대한다”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양국 정상의 의지와 외교적 기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수석은 “양국 정상의 만남에 상당한 점수를 주고 싶다”면서 “민감한 주제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협상의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용기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엘리자베스 트뤼도 공보국장을 통해 “3국 정상회담을 환영하며 관계증진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3국의 강력하고 건설적인 관계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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