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한미는 안보 분야에서 다양한 합의에 이르렀고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특히 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남중국해 관련 발언을 한 직후 애쉬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나도 같다(Ditto)”라고 말할 정도로 입장이 일치했다. 이는 우회적으로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안보체제를 강조해 중국에 대한 압박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장관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와 상공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또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에 따라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며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국제회의 등 여러 계기를 통해서 촉구해 왔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내놓았던 공식 입장이었다. 이에 카터 장관은 “전세계 광범위한 국가들의 원칙을 한 장관이 말했다”며 “(남중국해에서) 추가적인 매립이라든지 어떤 부분을 군사화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미·중 간에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한·미가 중국을 향해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날 한·미 SCM에서 천명한 북한 핵과 미사일 방어 계획(4D 계획)은 우리 군의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를 업그레이드 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지난 2013년부터 한미 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억제 전략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4D를 작전개념 수준으로 합의했다”며 “이번에 한미 국방부 장관은 4D 개념을 구현하고 이행하는 문제를 해결할 지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킬 체인과 KAMD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하려는 징후가 뚜렷할 경우 미사일 기지를 선제적으로 타격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영공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 관계자는 “한미가 공동으로 미사일 방어를 위한 작전을 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사일로 북한 지역을 타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4D 작전개념은 군사위성과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등 감시·정찰(ISR) 전력을 운용해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고 유사시 북한 미사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교란시키는 방어작전을 골자로 한다. 북한 미사일 전력의 결집도과 정확도 등 위협을 줄이기 위해 미사일 운용 지휘시설과 지원시설을 타격하는 작전도 포함한다. 특히 감시·정찰수단으로 탐지한 북한의 차량 탑재 이동식발사대(TEL)와 지상에 배치된 미사일을 공격해 파괴하는 것도 4D 작전개념에 들어간다. 한미 양국이 4D 작전개념을 수립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국은 SCM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공유를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양국은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 동맹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미는 지난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기로 함에 따라 이번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도 합의했다. 양국은 작년 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시점을 다시 연기하고, 이를 반영해 분야별 이행 과제를 구체화한 새 전략문서를 준비해왔다.
논란에 휩싸인 힌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에 대해 한미 국방당국간 협의체를 신설키로 한 결정도 눈길을 끈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그동안 한미 양국의 방산 협력이 체계적이지 못했다”며 “이번 협의체를 통해 훨씬 광범위한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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