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 2011년 11월 22일 한나라당은 한미FTA 비준안을 국회에서 강행처리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비준안 처리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의 의회 쿠데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미FTA로 인해 △우리의 경제주권을 침해할 수 있고 △농민과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고 △허가특허연계제도로 인해 제약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비준안 처리에 반대했다. 당시 정동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FTA는 4.11 총선을 통해서 야당이 승리하면 정치적으로 폐기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칼 마르크스는 ‘프랑스혁명사’라는 책에서 이렇게 예언했지만 두번 모두 비극으로 반복되는 경우도 있고 두번 모두 희극으로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4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국회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한미FTA가 아니라 한중FTA라는 점만 다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월 15일까지 한중FTA 비준안을 국회에서 처리해 줄 것을 야당측에 요구하고 있다. 내년 발효를 위해서는 15일까지 국회통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인 새천년민주당은 4년전과 비슷한 이유로 한중FTA를 반대하고 있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내년 4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같다.
야당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중FTA 등도 과장되게 추산된 경제효과만 되풀이 강조했고, 금년도에 비준되지 않는다면 나라가 결딴이라도 날 것처럼 압박한다”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한중FTA가 올해 안에 비준되지 않는다고 나라가 결딴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년부터 발효될 경우 그로 인한 경제적 파장과 수출 증대 효과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중FTA 연내 발효가 필요한 이유는 관세철폐와 추가 협정이 캘린더 방식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즉 올해 발효되면 내년에는 발효 2년차가 되기 때문에 올해 발효되느냐 내년에 발효되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큰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간 관세절감 규모는 54억4000만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한중FTA 협정문 부속서에 따르면 또 양국간 서비스업 협상을 발효 후 2년 안에 재개하기로 했다. 상품 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서비스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조기 비준이 필요하다.
4년전 야당의 걱정과 경고는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다. 한미FTA로 한국의 경제주권이 침해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농업과 중소기업, 제약업체가 한미FTA 때문에 망하지도 않았다. ‘야당의 총선 승리’를 통해 무효화할 수 있다던 호언장담 역시 야당의 총선 참패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4년 전의 일이 희극으로 반복될 지, 비극으로 반복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기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