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경남중고 선후배 사이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문 대표의 1년 선배이죠.
지난 2월 두 사람은 동문회에서 만났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_2월 경남중고 동문회
- "뉴스거리 하나 주시죠?"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경남중고 동문회)
- "뉴스. 하하하 문 대표가 잘 좀 도와주이소."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_2월 경남중고 동문회)
- "그동안 찬란한 옥과 같이 갈리고 갈린 존경하는 문재인 후배, 정말 마음이 너무나 흐뭇합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_2월 경남중고 동문회
- "우리 김무성 선배님과 함께 여야 상생의 정치 이루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이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아왔던 터라 여야 대표가 이렇게 친근감있게 서로를 포옹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정치도 이렇게 웃으면서 잘 풀릴거라는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지난 9월에는 두 대표가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지속적인 공격에다 둘째 사위 마약 논란이 불거졌을 때이고, 문재인 대표는 비노계의 흔들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당시 두 대표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9월13일)
- "저도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입니다. (하하) 약사대불께 불공을 많이 드리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9월13일)
- "(약사여래는) 저를 비롯해서 아까 김무성 대표님을 비롯해서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시대 중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는 부처님입니다. "
서로를 위로하던 두 사람이 역사 교과서 문제를 놓고 다시 정치인의 본색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로 인정 사정없이 물어뜯는 맹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로 선친들 때문이라고 발언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결국은 그 두 분의 선대가 다 친일, 그리고 독재의 책임이 있는 분들이다 보니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그런 것이 이번 이 교과서 사태의 배경이고 발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독재 부분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시대적 불가피성을 주장하기도 하고, 유신 독재의 결과물로 눈부신 경제성장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신 독재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사실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때문에 문 대표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김무성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 행적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943년 전산공직자대회에서 당시 김용주 경북도 의원이 "귀여운 자식이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받들어 모셔질 영광을 인식하자"고 언급했다며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했습니다.
또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 신문에 가네다 류슈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항공기를 헌납하자고 신문광고를 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김무성 대표는 민족문제연구소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좌파세력인 민족문제연구소와 역사문제연구소 소속 인사가 대거 역사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나 부친인 김용주 씨의 친일 행적 논란에 대해서는 반박 자료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물론 김용주 씨가 이후 교육사업을 통해 해방후 사회에 기여한 공로는 분명 있습니다.
독재냐? 산업화냐?, 친일이냐? 교육계몽이냐? 어느 쪽을 더 강조하느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선친의 문제를 역사교과서 논란에 끌어들인 것이 적절한가는 논란입니다.
설마 김무성 대표가 부친의 친일 논란을 덮기 위해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는 걸까요?
김무성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하는 것은 정치 금도를 벗어난 무례의 극치라는 점을 문재인 대표에게 이야기합니다.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저질 정치공세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언행은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 "
문 대표가 김무성 대표의 부친 얘기를 꺼내자 새누리당에서는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인 문제를 걸고 넘어졌습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완영 / 새누리당 의원 (오늘 아침소리)
- "문재인 대표가 우리 '두 분(박근혜·김무성) 선대가 친일 독재에 책임 있는 분들이라서 두 분이 이렇게 한다.' 놀랍고 부끄럽고 대한민국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뱃지 던져버리고 싶다. 야당 대표가 이것밖에 안 됩니까. 교과서 만드는데 자기 부친들의 의미를 생각하고 한다는 것 아니냐. 있을 수가 없는 상상을 문재인 대표가 한다. 그러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어른이 빨치산이라서 2004년도 최초로 좌편향 검정 식으로 역사교과서 바꿨는지…. (묻고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인의 빨치산 경력은 사실입니다.
노 전 대통령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 인터뷰 : 노무현 /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2002년)
-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 있고, 이런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여러분이 하라고 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이 반어법적 표현은 되려 노 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주기도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 역시 부친의 친일 논란에 대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잘한 부분을 강조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입장을 밝힐 날이 올까요?
지난 주 한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대표를 이겼습니다.
다자간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문 대표를 앞서고 있습니다.
두 대표의 갈등은 사회 지배를 건 주도권 전쟁이기도 하고, 이데올로기 전쟁이기도 하고, 역사 전쟁이기도 하고, 총선 전쟁이기도 하고, 차기 대선전쟁이기도 합니다.
다른 문제와 달리 이 전쟁에서 양보란 절대 없을 듯합니다.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는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의 두 수장입니다.
장렬히 전사할지언정 항복은 없을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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