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가 곳곳에 벚꽃이 피어 벚꽃길로 유명한 초량동 산복도로에 지난달 17억원을 들여 전망대를 갖춘 친환경 스카이웨이 주차장을 만든다며 수 십년 된 벚나무 40여 그루를 잘라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부산컴퓨터과학고에서 금수사 입구까지 망양로 400m 구간. 이곳은 봄이면 수령 20년 이상의 벚나무 40여 그루에서 벚꽃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길로 소문나 있다. 특히 산복도로 곳곳에 있는 벚꽃 구간 중에서 단연 일품으로 꼽혀 인근 주민은 물론이고 부산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동구는 도로 양쪽에 대형버스 2면 등 총 58면의 주차면과 나무 데크 전망대를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동구가 형식적인 주민 공청회를 열어 벚나무가 잘린 뒤에야 비로소 주차장 건립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동구는 벚나무뿐 아니라 들어설 전망대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망양로 바로 아래 경희아파트의 가림막 역할을 했던 향나무 200여 그루도 함께 잘라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다.
한 주민은 “경관 좋은 전망대와 주차장을 만든다는 이유로 산복도로에서 수 십년 동안 지역 명물이 된 벚꽃길을 망쳐놓고 친환경 스카이웨이 주차장이라고 이름 붙인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1년에 한번 있는 불꽃축제 관람을 위해 경관용 전망대와 주차장을 만든다고 벚꽃길로 유명한 도로의 일품 풍광인 벚나무 수 십 그루를 베는 게 과연 ‘친환경’ 인가”라고 꼬집었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는 “6월 주민설명회를 했지만 불참 주민이 많았고 다른 지자체에 벚나무 이식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 연락이 없어 불가피하게 나무를 잘랐다”며 “인근 아파트 주민을 위한 소음 방지와 사생활 보호 조치를 고민하고 있으며 전망대가 완공되면 좋은 휴식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