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검찰 수사를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불구속 기소 방침 확정 후 사실상 ‘침묵’ 모드에 들어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21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홍 지사를 불구속기소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후 홍 지사는 일절 언론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27일 서울 행사에 참석했지만 언론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다.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도 서울 투자유치설명회’에 참석한 홍 지사는 밀려드는 취재진에 “그만 하세요. 도정을 하러 왔다”며 검찰 수사와 기소 등에 관한 언급을 피했다.
홍 지사가 행사장 헤드 테이블에 앉은 모습을 사진 기자들이 촬영하려 하자 이를 경남도청 공무원이 제지하면서 양측간 승강이를 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차례 자신의 착잡한 심경을 담담하게 밝혔을 뿐이다. 이전에 검찰을 향해 거칠게 쓴소리를 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홍 지사는 석가탄신일인 25일 페이스북에서 “방황하던 청소년기를 지나 공직에 들어서서 즐풍목우(櫛風沐雨) 같은 30여년 세월을 보내고 이제 세상을 돌아볼 때인데도 아직도 번뇌는 그치지 않고 있다”며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즐풍목우는 ‘머리털을 바람으로 빗질하고 몸은 빗물로 목욕한다’는 뜻으로 오랜 세월을 객지에서 방랑하며 온갖 고생을 다 했음을 의미한다.
또 “(불교도들이 지녀야 할) 사홍서원(四弘誓願) 중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한량없이 많은 번뇌를 남김없이 다 끊어 버리겠다는 서원)을 되새겨 보지만 끊임없이 일어나는 번뇌는 그치지 않는다. 오늘만이라도 번뇌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간절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21일 페이스북에서 홍 지사는 “7살 때 고향을 떠나 50여 년을 타향을 떠돌다가 3년 전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면서 “고향을 떠난 이후 50여년 동안 나는 단 한번도 순탄한 인생을 살아보지 못했다. 늘 그랬다”고 자신의 인생 역정을 회고했다.
이어 “대구에서 합천에서 울산에서 서울에서 가난에 찌들리면서 변방에서 맴돌던 그 기나긴 세월 동안 넘어지고 깨어졌지만, 다시 일어서서 여기까지 왔다”고 오뚝이에 비유해 어렵고도 파란만장한 인생담을 털어놨다.
홍 지사는 “하늘은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는다. 나를 지켜주는 것은 나밖에 없다”며 “끝까지 내 명예는 내가 지킨다”고 향후 검찰 기소와 법원 재판에 임하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홍 지사가 침묵 모드로 돌아선 것은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옛 한나라당 경선 기탁금 출처를 해명하면서 ‘집사람 비자금’이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른 점이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가 끝나고 기소를 앞둔 마당에 홍 지사가 자꾸 말해봐야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도 담긴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침묵 속에 홍 지사는 법정에서 본격화될 검찰과의 공방에 대비해 변호인과 함께 재판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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