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부터 국유재산으로 등록돼 개인소유가 불가능했던 ‘소’ 사육을 허용하는 등 농·축산업에서 개인 자율성을 확대하고 유통업을 장려하며 ‘시장화’ 바람이 불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30일 이유진 한국산업은행 통일사업부 연구위원은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정책포럼 분과위원회에서 북한에서 축산관련업에 종사했던 탈북민을 통해 접한 최근 북한 농·축산업 동향을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의 발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 이후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축산업 진흥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실례로서 시사점을 가진다. 이 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북한은 축산물 유통을 장려하면서 주민생활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며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발표한 19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가운데 7곳을 농업 관련 개발구로 지정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본래 농기계처럼 생산수단으로 분류되어 개인이 소유할 수 없고 협동농장 축산작업반에서 관리하던 ‘소’ 역시 개인이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북한 축산업 전반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식생활 전반에서 시장화를 바탕으로 한 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김 제1비서 집권 시기인 지난 2012년 4월 평양에 우리의 ‘정육식당(정육점과 식당이 혼합된 형태)’에 해당하는 ‘만수교 고기상점’을 열어 대규모로 성업중이다. 이 상점에서는 신선육은 물론 통조림 등 축산 가공품과 대규모 불고기 식당까지 구비해놓고 손님을 끌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과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중인 상황을 감안해 농·축산업 분야에서 과감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민생 인프라 구축을 위해 복합 농촌단지 조성과 평양 외곽 등 주요 지역에 농축산 자재 물류센터 운영을 제안한다”며 “북측에서 주문하면 1-2주 안에 필요 농축산 자재를 제공하는 전산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분과위원회에서 탈북민 출신의 김윤애 북한개발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사금융 구조와 흐름’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북한의 사금융 구조분석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간부는 사금융의 중심축, 돈주(외화벌이꾼)는 사금융 시장의 채바퀴를 돌리는 다람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기남 KDB산업은행 본부장은 이날 분과위 개회사에서 “북한정책포럼 분과위원회가 주요 분야별 북한개발 청사진 마련의 기초단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남북한 출신 연구자들의 참여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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