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여론조사 결과에 맡기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협상과 타협, 나아가 국회 표대결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정치적 결정권을 스스로 포기한 채 "국민의 뜻”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중요한 의사결정을 편의주의적으로 해결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을 '말 바꾸기'라며 유감을 표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어제까지 문 대표가 원내대표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분명히 말했고 서로 양보해서 국회의장 중재하에 어려운 합의를 도출한 게 불과 몇 시간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 하루 만에 이렇게 말을 바꾼 점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전격 공동 여론조사를 제안한 배경에는 이 후보자의 총리 인준에 대해 부적격 여론이 거세다는 점을 감안, 이 후보자 인준을 강행하려는 새누리당을 '국민 뜻'을 앞세워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간 정치권에선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객관적 지표'이자 '국민의 뜻'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운 여론조사가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돼왔다.
각 정당이 당내 선거나 총선, 지방선거 후보 결정과정에서 경선 룰의 일부로 여론조사를 포함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됐고 대선에서도 후보 단일화와 같은 정치적 결단의 순간에 여론조사가 중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이룬게 대표적 사례이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도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검토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처럼 여론조사를 민심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참고자료가 아니라 '정치적 결정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반하는 데다 정당의 존립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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