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영항공사인 고려항공이 이달 중 우크라이나로부터 신형 여객기를 도입해 관광산업 인프라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우크라이나 국영 항공기 제작사인 안토노프는 북한에 새로운 여객기인 안토노프 AN-148 한 대를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VOA에 따르면 안토노프 사는 북한 전문가들이 새 여객기 인수를 위해 회사를 방문해 지난 달 말 관련 서류작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고려항공은 지난 2010년 7월에 안토노프 사에 AN-148 여객기 2대를 주문한 바 있다. 이 가운 데 한 대는 2013년 2월에 고려항공에 납품된 바 있다. AN-148 기종은 수용 인원 85명에 최대 항속거리가 3500Km 정도인 중소형 항공기다. 대당 도입가격은 2400만~3000만 달러(264억~33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신형 항공기를 도입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설치 계획을 밝히고 관광진흥 정책을 펼치는 것과 연계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향후 중국·러시아를 통해 유입될 관광객을 국제관광지대로 수송하기 위해 중·단거리에 적합한 '가벼운' 새 기종을 투입하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북한은 김 제1비서 집권 이후 남측으로부터의 금강산 관광객 유입사업이 막힌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금강산 일대를 개발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보였다. 북한은 이미 인근 마식령에 현대식 스키장·리조트를 설치하고 원산에도 국제 청소년 야영소를 건설했다. 기존 군사공항인 원산 갈마공항을 민영화해 국제관광지대의 관문 공항으로 현대화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고려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들이 대부분 제작년도가 30년이 넘는 낙후 기종으로 중국 내 공항에서 안전상 우려로 대거 운항금지 조치를 받은 것도 신형 항공기 도입의 직접적 이유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신형 여객기 도입을 김 제1비서의 5월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 참석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도입한 AN-148기는 최대 항속거리상 모스크바로 가는 길에 한 차례 착륙해 중간급유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제1비서가 만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해도 이미 전용기로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산 IL-62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기종은 좌석수가 180여 석이고 최대 항속거리도 10000㎞여서 중간기착 없이 모스크바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기종은 지난 해 11월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의 모스크바 특사방문에 투입됐다가 기체 결함을 일으켜 회항 소동을 빚는 등 말썽을 일으킨 바 있다.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