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법 개정안에 대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다."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 닷새만입니다.
더욱이 발표 다음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증세가 아니다. 월 1만 3천 원 정도는 감내할 수 있지 않으냐. 읍소드린다'는 말까지 하며 설득한 터라 청와대가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은 터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원점 재검토를 했으니 주말 사이에 기류가 크게 바뀐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왜 이렇게 서둘러 세제 개편안에 대해 진화에 나섰을까요?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폭발하는 민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과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 그리고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세제 개편안은 결코 '서민 증세'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연소득 3,450만 원에서 7천만 원 사이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이 월 16만 원 늘어나지만, 그 이상 고소득자들의 세 부담은 훨씬 크다는 겁니다.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실상이 이런데, 이를 세금폭탄으로 치부해버리니, 어떤 관료는 억울해서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놓친 게 있습니다.
바로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월 1만 3천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는 이른바 중산층 월급쟁이들은 사실 중산층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월급은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이고, 전세금은 폭등했고, 집 있는 사람은 대출금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고,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그런 계층입니다.
이런 이들의 주머니에서 월 1만 3천 원을 떼어간다는 것은 액수보다 심리적 저항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조원동 수석이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이라고 했지만, 이들에게는 눈물 나는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고액 연봉자나 고소득 자영업자, 대기업들의 세금은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는 것 같은 착시 아닌 착시 현상도 한몫했을 겁니다.
그리고 1만 원이 올라도 증세는 증세인 겁니다.
이를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게 서민들 눈에는 와 닿지 못할 수밖에요.
박 대통령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데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했을 법합니다.
박 대통령은 원칙 있는 대북 정책으로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북측의 상당한 양보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14일 개최되는 7차 회담의 성과를 봐야 하겠지만, 이미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습니다.
지지율도 60%를 넘으며 국정운영의 탄력을 받고 있던 터였습니다.
지난 11일 MBN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잘하고 있다가 63.8%, 잘 못하고 있다가 30.2%로 나타났습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 6월 60%를 넘어서고 나서 3개월째 60%대의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지율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주당이 제안한 2자 회담을 거절하고, 5자 회담을 역제안할 만큼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제 개편안'으로 이런 추동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터라 청와대로서는 적잖이 당황했을 법합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국회에서,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이다. 표어는 어쨌든, 이론은 어쨌든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나가면 그건 증세다."
박 대통령을 더 다급하게 한 것은 어쩌면 야당의 전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의 명분은 국정원 국정조사 선서개입에다 '세금폭탄 철회'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과 세금폭탄 저지를 쌍끌이 전략으로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재벌과 수퍼 부자보다 중산청 서민에게 세금 거두겠다는 중산층 서민 우선 증세, 중산층 서민 중심 증세, 이명박 때 저질렀던 부자 감세로 인한 재정 악화를 서민 주머니 털어 메우겠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 집회가 있었습니다.
주최 측과 민주당은 10만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략이 통한 걸까요?
국정원 선거개입에 '세금 폭탄' 문제가 더해지면 청와대와 여권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가 세금폭탄 문제와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것은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것은 자칫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촛불 시위'처럼 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심각성을 알았는지 서둘러 진화에 나서자 여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좋은 기회를 잡았던 야당으로서는 쉽게 이 문제를 놓아주고 싶지 않겠죠.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세제 개편안이 철회돼 다행이라면서도,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정치란 수 싸움이 중요한 한판의 바둑 같기도 합니다.
그 수 싸움의 중심에 서민과 민생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박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말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다."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 닷새만입니다.
더욱이 발표 다음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증세가 아니다. 월 1만 3천 원 정도는 감내할 수 있지 않으냐. 읍소드린다'는 말까지 하며 설득한 터라 청와대가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받은 터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원점 재검토를 했으니 주말 사이에 기류가 크게 바뀐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왜 이렇게 서둘러 세제 개편안에 대해 진화에 나섰을까요?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폭발하는 민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과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 그리고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세제 개편안은 결코 '서민 증세'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연소득 3,450만 원에서 7천만 원 사이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이 월 16만 원 늘어나지만, 그 이상 고소득자들의 세 부담은 훨씬 크다는 겁니다.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실상이 이런데, 이를 세금폭탄으로 치부해버리니, 어떤 관료는 억울해서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놓친 게 있습니다.
바로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월 1만 3천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는 이른바 중산층 월급쟁이들은 사실 중산층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월급은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이고, 전세금은 폭등했고, 집 있는 사람은 대출금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고,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그런 계층입니다.
이런 이들의 주머니에서 월 1만 3천 원을 떼어간다는 것은 액수보다 심리적 저항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조원동 수석이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이라고 했지만, 이들에게는 눈물 나는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고액 연봉자나 고소득 자영업자, 대기업들의 세금은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는 것 같은 착시 아닌 착시 현상도 한몫했을 겁니다.
그리고 1만 원이 올라도 증세는 증세인 겁니다.
이를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게 서민들 눈에는 와 닿지 못할 수밖에요.
박 대통령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데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했을 법합니다.
박 대통령은 원칙 있는 대북 정책으로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북측의 상당한 양보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14일 개최되는 7차 회담의 성과를 봐야 하겠지만, 이미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습니다.
지지율도 60%를 넘으며 국정운영의 탄력을 받고 있던 터였습니다.
지난 11일 MBN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잘하고 있다가 63.8%, 잘 못하고 있다가 30.2%로 나타났습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 6월 60%를 넘어서고 나서 3개월째 60%대의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지율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주당이 제안한 2자 회담을 거절하고, 5자 회담을 역제안할 만큼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제 개편안'으로 이런 추동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터라 청와대로서는 적잖이 당황했을 법합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국회에서,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할 것이다. 표어는 어쨌든, 이론은 어쨌든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나가면 그건 증세다."
박 대통령을 더 다급하게 한 것은 어쩌면 야당의 전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의 명분은 국정원 국정조사 선서개입에다 '세금폭탄 철회'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과 세금폭탄 저지를 쌍끌이 전략으로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재벌과 수퍼 부자보다 중산청 서민에게 세금 거두겠다는 중산층 서민 우선 증세, 중산층 서민 중심 증세, 이명박 때 저질렀던 부자 감세로 인한 재정 악화를 서민 주머니 털어 메우겠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전국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 집회가 있었습니다.
주최 측과 민주당은 10만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략이 통한 걸까요?
국정원 선거개입에 '세금 폭탄' 문제가 더해지면 청와대와 여권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가 세금폭탄 문제와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것은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것은 자칫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촛불 시위'처럼 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심각성을 알았는지 서둘러 진화에 나서자 여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좋은 기회를 잡았던 야당으로서는 쉽게 이 문제를 놓아주고 싶지 않겠죠.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세제 개편안이 철회돼 다행이라면서도,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정치란 수 싸움이 중요한 한판의 바둑 같기도 합니다.
그 수 싸움의 중심에 서민과 민생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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