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향방이 도무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여야 의원들과 민간전문가들이 오늘까지 국가기록원을 샅샅이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회의록은 어디로 간 걸까요?
회의록 실종은 정국의 화두를 'NLL 포기 발언' 공방에서 '회의록 삭제 또는 폐기' 공방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두 가지 가설이 떠돌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폐기론'과 '이명박 정부 삭제론'입니다.
첫번째는 참여정부 폐기론입니다.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누군가 회의록을 폐기했고, 국가기록원으로 아예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입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청와대 업무지원시스템인 이지원의 본체를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가 넉 달이 지난 뒤 돌려주면서 그 도중에 폐기했다는 겁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회의록 뿐만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 NLL 과 서해 평화수역 문제를 다룬 문서들도 모두 사라졌다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개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할 기록물들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다.
참여정부 쪽 사람들 얘기도 미묘하게 차이가 납니다.
정상회담 기록을 맡았던 조명균 전 비서관은 과거 검찰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국정원에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조 전 비서관 얘기라면,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2부를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청와대와 국정원에 각각 1부씩 보관했다고 했습니다.
김경수 전 비서관은 회의록은 2007년 12월 이지원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의원도 김경수 비서관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이지원에서 회의록만 폐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조 전 비서관의 얘기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회의록을 국정원이 모두 보관하고 있었는데, 노 전 대통령 지시로 모두 폐기했다가 다음 정권에 줄을 대려는 국정원이 녹음파일을 풀어 다음해인 2008년 1월 새로운 회의록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지난 19일)
-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그대로 이관됐다면 기록물의 유실 및 삭제는 있을 수도 없고…."
반면, 참여정부 쪽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삭제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주장입니다.
▶ 인터뷰 : 홍영표 / 민주당 의원
- "지난 2013년 3월 26일, 노무현재단 사료팀이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기록을 제공받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했을 당시, 지정서고에 보관돼 있던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이 해제되어 있었습니다. 로그 기록 확인 작업 직후, 두 건(2010년, 2011년)의 로그 기록이 바로 발견됐고, 재단 측은 이의제기 후 추가 확인 작업은 중단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지원 사본을 봉하마을로 가졌다가 2008년 10월 국가기록원에 다시 넘기면서 봉인했던 것이 해제돼 있었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 임기인 2010년과 2011년에도 이지원 사본에 접속한 흔적이 있다는 겁니다.
시기적으로는 모두 이명박 정부 임기 때 일어난 일이고, 대통령기록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국가기록원은 구동이 잘 되는지, 또 항온 항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갖가지 의혹은 쏟아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지난 18일)
- "삭제와 은폐의 전과가 있는 전임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국가기록원 어딘 가에 회의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지만, 찾지 못한다면 이지원을 다시 구동해 확인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도 한 2주 정도 소용된다고 합니다.
오늘이 국가기록원에서 회의록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인데, 정치권은 이제 찾기를 포기하고 누가 이를 없앴는지에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검찰 수사에 맡기자고 하고 있고, 민주당은 검찰을 믿을 수 없으니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이는 사초가 없어진 중대한 사태라 검찰 수사 등을 통해서 없어진 경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대선 전 회의록이 새누리당에 유출됐고, 핵심 실세들이 대통령 선거 활용했다는 거 사실된 확인이다. 국정조사 통해 더 분명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또 다시 정국이 시끄러워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문제는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수사가 됐든, 국정조사가 됐든 누가 무슨 목적으로 폐기했는지, 아니면 실수로 누락됐거나 훼손된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귀신이 곡할 일이 벌어지게 했지만, 첨단 과학시대인 오늘 날 수사를 하면 분명히 밝혀질대목은 있을 거라 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여야 의원들과 민간전문가들이 오늘까지 국가기록원을 샅샅이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회의록은 어디로 간 걸까요?
회의록 실종은 정국의 화두를 'NLL 포기 발언' 공방에서 '회의록 삭제 또는 폐기' 공방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두 가지 가설이 떠돌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폐기론'과 '이명박 정부 삭제론'입니다.
첫번째는 참여정부 폐기론입니다.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누군가 회의록을 폐기했고, 국가기록원으로 아예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입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청와대 업무지원시스템인 이지원의 본체를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가 넉 달이 지난 뒤 돌려주면서 그 도중에 폐기했다는 겁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회의록 뿐만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 NLL 과 서해 평화수역 문제를 다룬 문서들도 모두 사라졌다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개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할 기록물들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다.
참여정부 쪽 사람들 얘기도 미묘하게 차이가 납니다.
정상회담 기록을 맡았던 조명균 전 비서관은 과거 검찰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국정원에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조 전 비서관 얘기라면,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2부를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청와대와 국정원에 각각 1부씩 보관했다고 했습니다.
김경수 전 비서관은 회의록은 2007년 12월 이지원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의원도 김경수 비서관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이지원에서 회의록만 폐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조 전 비서관의 얘기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회의록을 국정원이 모두 보관하고 있었는데, 노 전 대통령 지시로 모두 폐기했다가 다음 정권에 줄을 대려는 국정원이 녹음파일을 풀어 다음해인 2008년 1월 새로운 회의록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지난 19일)
-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그대로 이관됐다면 기록물의 유실 및 삭제는 있을 수도 없고…."
반면, 참여정부 쪽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삭제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주장입니다.
▶ 인터뷰 : 홍영표 / 민주당 의원
- "지난 2013년 3월 26일, 노무현재단 사료팀이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기록을 제공받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했을 당시, 지정서고에 보관돼 있던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이 해제되어 있었습니다. 로그 기록 확인 작업 직후, 두 건(2010년, 2011년)의 로그 기록이 바로 발견됐고, 재단 측은 이의제기 후 추가 확인 작업은 중단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지원 사본을 봉하마을로 가졌다가 2008년 10월 국가기록원에 다시 넘기면서 봉인했던 것이 해제돼 있었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 임기인 2010년과 2011년에도 이지원 사본에 접속한 흔적이 있다는 겁니다.
시기적으로는 모두 이명박 정부 임기 때 일어난 일이고, 대통령기록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국가기록원은 구동이 잘 되는지, 또 항온 항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갖가지 의혹은 쏟아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지난 18일)
- "삭제와 은폐의 전과가 있는 전임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국가기록원 어딘 가에 회의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지만, 찾지 못한다면 이지원을 다시 구동해 확인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도 한 2주 정도 소용된다고 합니다.
오늘이 국가기록원에서 회의록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인데, 정치권은 이제 찾기를 포기하고 누가 이를 없앴는지에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검찰 수사에 맡기자고 하고 있고, 민주당은 검찰을 믿을 수 없으니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이는 사초가 없어진 중대한 사태라 검찰 수사 등을 통해서 없어진 경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대선 전 회의록이 새누리당에 유출됐고, 핵심 실세들이 대통령 선거 활용했다는 거 사실된 확인이다. 국정조사 통해 더 분명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또 다시 정국이 시끄러워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문제는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수사가 됐든, 국정조사가 됐든 누가 무슨 목적으로 폐기했는지, 아니면 실수로 누락됐거나 훼손된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귀신이 곡할 일이 벌어지게 했지만, 첨단 과학시대인 오늘 날 수사를 하면 분명히 밝혀질대목은 있을 거라 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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