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후보 단일화가 막 시작됐습니다.
그 첫 단계는 바로 정치쇄신입니다.
그런데 첫 출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기보다 정치 쇄신, 정당 쇄신을 먼저 하라는 안 후보 요구에 보란 듯 정치쇄신안을 내놓았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0월22일)
- "제가 대통령이 되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이외의 권한을 갖지도, 행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헌법에 따라 책임총리와 권한을 나누겠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 전체가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가 놓지 않는 기득권의 핵심은 바로 고질적인 지역주의 구조입니다.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지속시키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지역주의의 기득권을 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합니다. 적어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의석배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나누고, 지역구 의원 숫자를 100명 줄이는 것은 기득권의 포기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더불어 부패 범죄자에 대한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고, 대통령 친인척의 재산을 공개해 비리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면 된 것일까요?
안철수 후보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일까요?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 안을 내놓자, 안철수 후보 쪽도 보란 듯이 정치쇄신 안을 내놓았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국회의원 수를 줄여서 국민과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수가 적어서 일을 못하는 겁니까 가장 큰 책임은 다수당 여당에 있습니다. 민생 토론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만약 그런 것들이 바뀌면 어떤 그림이 될까요. 바람직한 국회의 변화 되지 않을까요. 두 번째는 국민 세금으로 매년 수백억씩 국고 보조금 줍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스스로 액수를 줄이고 시급한 민생에 쓰거나 정당이 새로운 정책에 예산 써야 합니다. 국민을 위해 써야 합니다. 세 번째로 현재 정당의 중앙당 모델입니다. 중앙당이 축소 혹은 폐지돼야 패거리 정치 사라집니다. 개헌하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정당들이 합의하면 지금 당장도 가능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지역구 의원 숫자를 100명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리기 때문에 국회의원 총원 수는 300명으로 현재와 같습니다.
그런데 안 후보의 쇄신안은 의원 숫자를 아예 200명으로 감축하자는 겁니다.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와 중앙당 폐지는 지금의 정당들이 가장 강하게 거부하는 안입니다.
내용만으로 놓고 보면 안철수 후보의 쇄신안은 문재인 후보의 쇄신안보다 더 급진적이고, 혁명적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저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대단히 과감한 혁신 필요하다는 건 공감하지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선뜻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바람직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도 의문입니다. 그렇게 국민과 정치권 논의를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현실적인 방안인가, 조금 더 깊은 논의 했으면 좋겠고 아마다 안철수 측에서도 방안 가다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그 중 국가보조금 제도는 저도 동감하고 있습니다. 보조금 제도가 깨끗한 정치 위해서 재벌 기업으로부터 정당 자유롭게 만들어서 우리 정치 맑게 만드는 건데 당비 납부와 매칭펀드 등 제도적으로 개혁하고 보완할 점은 있어 보입니다."
문재인 캠프 내에서는 정치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다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목희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상하원제가 없는 우리 정치에서 지역구 의원 숫자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면 지역을 대표한 인물이 사라진다'고 꼬집었습니다.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도 '중앙당을 폐지하고, 국고보조금을 줄이면 야당이 존재하기 힘들다'며 '정당 운영을 안 해봤기 때문에 나온 발언'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쯤 되면 안철수 후보 쪽에서도 화가 날 만하겠죠.
안 후보 쪽은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했다며, 잘못된 관습과 싸워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송호창 공동선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본부장
- "10년간 정치 불신 쌓였지만, 의석수 슬금슬금 늘리기만 했습니다. 19대 국회 처음 시작하며 여야 앞다퉈 특권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국회가 스스로 변신 못하니 국민이 요구하고, 국회 전체가 특권 내려놓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치 스스로 혁신할 때입니다."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의 정치 쇄신 경쟁은 이제 시작된 듯합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 '포퓰리즘', '감정적', '기득권'이라는 표현이 난무하다 보면 서로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지 않을까요?
정치쇄신 경쟁의 끝이 자칫 각자 도생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타이밍도 논란입니다.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민주당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안철수 후보가 나타나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안철수의 생각', '힐링캠프', '금태섭 변호사의 협박 폭로', '대선 출마선언' 등 안철수 캠프의 중요한 행보는 민주통합당에 큰일이 있거나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할 때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안을 내놓자마자 다음날 안철수 후보가 정치쇄신 얘기를 꺼냈습니다.
기막힌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의도된 타이밍의 정치일까요?
대선 후보 등록까지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서로 경쟁이 후보 단일화로 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서로 갈라지는 시발점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가볍게 시작된 말싸움이 큰 감정싸움으로 바뀌는 것을 자주 봅니다.
양측 모두 경쟁은 경쟁대로 하면서, 서로 자극하지 않는 정치적 묘수를 찾지 못한다면,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겁니다.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그 첫 단계는 바로 정치쇄신입니다.
그런데 첫 출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기보다 정치 쇄신, 정당 쇄신을 먼저 하라는 안 후보 요구에 보란 듯 정치쇄신안을 내놓았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0월22일)
- "제가 대통령이 되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이외의 권한을 갖지도, 행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헌법에 따라 책임총리와 권한을 나누겠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 전체가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가 놓지 않는 기득권의 핵심은 바로 고질적인 지역주의 구조입니다.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지속시키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지역주의의 기득권을 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합니다. 적어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의석배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나누고, 지역구 의원 숫자를 100명 줄이는 것은 기득권의 포기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더불어 부패 범죄자에 대한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고, 대통령 친인척의 재산을 공개해 비리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면 된 것일까요?
안철수 후보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일까요?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 안을 내놓자, 안철수 후보 쪽도 보란 듯이 정치쇄신 안을 내놓았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국회의원 수를 줄여서 국민과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수가 적어서 일을 못하는 겁니까 가장 큰 책임은 다수당 여당에 있습니다. 민생 토론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만약 그런 것들이 바뀌면 어떤 그림이 될까요. 바람직한 국회의 변화 되지 않을까요. 두 번째는 국민 세금으로 매년 수백억씩 국고 보조금 줍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스스로 액수를 줄이고 시급한 민생에 쓰거나 정당이 새로운 정책에 예산 써야 합니다. 국민을 위해 써야 합니다. 세 번째로 현재 정당의 중앙당 모델입니다. 중앙당이 축소 혹은 폐지돼야 패거리 정치 사라집니다. 개헌하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정당들이 합의하면 지금 당장도 가능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지역구 의원 숫자를 100명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리기 때문에 국회의원 총원 수는 300명으로 현재와 같습니다.
그런데 안 후보의 쇄신안은 의원 숫자를 아예 200명으로 감축하자는 겁니다.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와 중앙당 폐지는 지금의 정당들이 가장 강하게 거부하는 안입니다.
내용만으로 놓고 보면 안철수 후보의 쇄신안은 문재인 후보의 쇄신안보다 더 급진적이고, 혁명적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저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대단히 과감한 혁신 필요하다는 건 공감하지만,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선뜻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바람직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도 의문입니다. 그렇게 국민과 정치권 논의를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현실적인 방안인가, 조금 더 깊은 논의 했으면 좋겠고 아마다 안철수 측에서도 방안 가다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그 중 국가보조금 제도는 저도 동감하고 있습니다. 보조금 제도가 깨끗한 정치 위해서 재벌 기업으로부터 정당 자유롭게 만들어서 우리 정치 맑게 만드는 건데 당비 납부와 매칭펀드 등 제도적으로 개혁하고 보완할 점은 있어 보입니다."
문재인 캠프 내에서는 정치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다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목희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상하원제가 없는 우리 정치에서 지역구 의원 숫자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면 지역을 대표한 인물이 사라진다'고 꼬집었습니다.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도 '중앙당을 폐지하고, 국고보조금을 줄이면 야당이 존재하기 힘들다'며 '정당 운영을 안 해봤기 때문에 나온 발언'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쯤 되면 안철수 후보 쪽에서도 화가 날 만하겠죠.
안 후보 쪽은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했다며, 잘못된 관습과 싸워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송호창 공동선대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본부장
- "10년간 정치 불신 쌓였지만, 의석수 슬금슬금 늘리기만 했습니다. 19대 국회 처음 시작하며 여야 앞다퉈 특권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국회가 스스로 변신 못하니 국민이 요구하고, 국회 전체가 특권 내려놓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치 스스로 혁신할 때입니다."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의 정치 쇄신 경쟁은 이제 시작된 듯합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 '포퓰리즘', '감정적', '기득권'이라는 표현이 난무하다 보면 서로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지 않을까요?
정치쇄신 경쟁의 끝이 자칫 각자 도생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타이밍도 논란입니다.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민주당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안철수 후보가 나타나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안철수의 생각', '힐링캠프', '금태섭 변호사의 협박 폭로', '대선 출마선언' 등 안철수 캠프의 중요한 행보는 민주통합당에 큰일이 있거나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할 때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안을 내놓자마자 다음날 안철수 후보가 정치쇄신 얘기를 꺼냈습니다.
기막힌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의도된 타이밍의 정치일까요?
대선 후보 등록까지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서로 경쟁이 후보 단일화로 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서로 갈라지는 시발점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가볍게 시작된 말싸움이 큰 감정싸움으로 바뀌는 것을 자주 봅니다.
양측 모두 경쟁은 경쟁대로 하면서, 서로 자극하지 않는 정치적 묘수를 찾지 못한다면,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겁니다.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