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는 아직 유효… 그러나 지금은 너무 바쁜 시대
전통적 원형+소비자의 취향=혁신적 제품 출시
전통적 원형+소비자의 취향=혁신적 제품 출시
바쁜 세상이 되면서 시간을 쪼개서 사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 보니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주문 단계부터 커스텀(OIY: Order It Yourself)하는 행위가 중요해졌다.
20세기 대중 음악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가 1970년대 초중반이다. 그때 서너 개 기타 코드만으로 제멋대로 멜로디를 만들고 불러 젖히는 펑크 록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밴드 섹스 피스톨즈가 가장 대표적인 예인데, 그 시절 펑크 록이 주창한 정신이 바로 ‘DIY(Do It Yourself)’였다.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뭔가를 하라는 일종의 무브먼트였다. DIY 운동은 속칭 그 시절 ‘꼰대’로 지칭되었던 부모 세대로부터 독립하고, 또 경제적 사회적 자립을 해야만 한다는 청년 문화의 일종이었다. 그런 움직임이 직접적으로 표출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펑크 록이었다.
사실 ‘네 일은 너 스스로 해라’로 통칭되는 DIY는 20세기 전반을 지배하는 암묵적 동의 같은 것이었다. 1988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슬로건으로 ‘Just Do It’을 내걸었고, 이건 DIY와 함께 또 다른 20세기의 상징적 문장이 되었다. 이 슬로건이 ‘Let’s Do It’을 기반으로 변용된 것이라고 하지만, ‘주저하지 말고 하라’라는 북돋음은 펑크 록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Do It Yourself’는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일상화되었다고 해도 이 역시 과언이 아닐 거다. 조립형 가구만 하더라도 DIY의 대표적 산물이니까.

“미디어들이 ‘OIY: Order It Yourself’ 트렌드를 다루는 방식 속에서 이Y의 핵심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기존 제품 기반에 서비스를 직접 설계하고, 그 과정을 즐기며 브랜드와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는 점이다.”

이런 트렌드는 예전부터 우리 곁에서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었던 ‘커스텀’ 문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야겠다. 사실 커스텀, 즉 원본을 해체하고 재창조하거나 또는 원본 위에 뭔가를 더하는 등의 행위는 DIY에서 유래된 것이다. 가장 친숙한 커스텀으로는 지드래곤이나 기안84의 운동화 커스텀이 있고, 더 고가의 물건으로 가면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 위에 친숙한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것, 심지어 자동차에도 적용되기도 한다. 공간에도 커스텀 문화가 적용될 수 있다. 바로 인테리어다. 현재의 소비자들은 신축 아파트에 그대로 들어가지 않고, 자신들의 필요 및 취향에 따라 집 자체도 커스텀을 한다.
이런 커스텀은 소비자를 유혹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꽤 오랫동안 적용되어 오던 것이었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가꾸(가방 꾸미기)’ 등을 포함한 ‘별다꾸(별 걸 다 꾸미기)’ 트렌드가 그 예다. 그렇다면 왜 커스텀을 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인 ‘취향’과 연관되어 있다. 현대인들은 가방에 키 링 하나를 달아도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것들을 부착한다. 이 각자의 취향이 바로 ‘OIY’를 활성화시키는 주요 기제다.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직접 꾸미는 과정과 결과의 재미를 찾는 것, 여기에서 OIY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출발된다. 과거부터 존재하던 ‘오더 메이드(Order Made)’는 굉장히 고가이거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만 받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Order It Yourself’의 ‘오더’는 일종의 원형, 프로토타입 등으로 불리는 ‘기성품 위에 스스로 커스텀하여 주문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굉장히 소소한 것들의 주문이라고 할 수 있다.대표적인 것이 최근 인기있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이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애초부터 존재하던 고전적 상품이었지만 OIY를 거치면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개인적) 정석’을 맛볼 수 있다. 대신 뭔가 하나를 커스텀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다. 티셔츠를 구매할 때도 ‘OIY 정신’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산리오와 협업하여 캐릭터를 활용한 프린트를 커스텀한 적이 있다. 그게 국내에서도 인기를 크게 끌었다.

DIY와 OIY가 공존한다!
사실 OIY는 신조어이지만, 이 방식이 현대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전부터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우리 곁에 존재했었다. 혹시 국내에 진출하여 인기를 끈 미국 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 가이즈’에서 햄버거를 주문해본 적이 있는가? 첫 방문한 이라면 고민이 될 정도로 헷갈린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도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들은 신기하게도 OIY가 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전략적으로 이 전략을 활용해오던 이들이다. 이 브랜드들은 되려 OIY가 부담스러운 고객에게 ‘올더웨이(all the way)’ 또는 ‘썹픽(Subpick)’이라는 방식으로 브랜드의 추천으로 만들어진 먹거리를 제공해준다.

아디다스도 ‘수퍼스타’를 커스텀해서 주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도 과거부터 자신들의 클래식 운동화인 수퍼스타를 커스텀해서 주문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했었고, 나이키 역시 ‘나이키 바이 유(Nike By You)’라는 서비스를 통해 덩크 등의 스니커즈 커스텀 주문을 가능하게 한 바 있다.사실 ‘뭐 이리 복잡하게 제품을 소비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새로운 세대와의 보폭을 좁히기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혹 초등학생 자녀를 둔 독자가 있다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조차 이 OIY 정신을 발견할 수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로블록스 등의 메타버스는 그들의 주요 놀이공간이다. 이 플랫폼 자체가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 말인 즉, 메타버스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코딩한다는 이야기다. 이 속에는 DIY와 OIY가 공존한다.

그래서 브랜드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고전적 방식을 넘어서야만 한다. OIY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꽤 현명한 마케팅 방식이다. 어쩌면 이 커스텀 문화는 브랜드의 기존 제품을 고객에 의해 더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OIY 트렌드는 현대의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필수적 전략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지 픽사베이
이제 혁신적 신제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전통적 원형에 소비자의 취향을 덧댐으로써 혁신적인 제품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기회의 시대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그 변혁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비록 내 몸에 유해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조차도 더 맛있게 혹은 더 건강하게 먹을 방법을 찾는 것이 요즘의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및 일러스트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0호(25.05.20) 기사입니다]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