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세대로 기억되려면
얼마 전,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다시 고민하던 중 문득 떠오른 책이 있다.
바로‘마크 라이너스(Mark Lynas)’의 『6도의 악몽(Six Degrees)』이다.
몇 해 전 우연히 집어든 이 책은, 놀랍도록 생생하고 과학적인 서술로 나를 밤새 붙잡아 두었다.
400쪽이 넘는 분량을 단숨에 읽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내용이었다.
이 책은 지구 평균온도가 1도에서 6도까지 상승할 때, 인류가 어떤 재앙을 맞게 될지를 과학적 시나리오로 풀어낸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마치 재난 영화한 편을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 전 세계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 2도 이내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 2도일 뿐인데, 그 너머는 걷잡을 수 없는 연쇄작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 속에서 가장 두려움을 느낀 온도가 바로 3도 상승 시나리오였다.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며, 전 세계 수억 명의 거주지가 물에 잠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곳곳에서 식량 생산이 붕괴되고, 수자원 갈등이 극심해지며, 전 세계적 이주와 분쟁이 시작된다.
단지 ‘더워진다’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문명의 기반이 흔들리는 수준의 변화다.
책 속의 표현처럼, 이 모든 변화는 불행히도 ‘점진적’이 아닌 ‘폭발적’이며,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우리는 왜 탄소중립을 향해 가야 하는가?
그것은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이 아니다.
우리 삶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이제는 말로만 “탄소중립”을 외치는 시대를 넘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고, 탈탄소 기술에 투자하며, 개인의 일상 속에서도 ‘탄소를 줄이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전례 없는 산불과 폭염,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는 모두 이상기후의 경고다.
이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탄소중립의 길을 함께 가는 것, 그것뿐이다.
『6도의 악몽』은 단순한 공상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과학자들이 예측한 매우 현실적인 미래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미래는 악몽이 될 수도 있고,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오늘도 바란다.
언젠가 우리의 후손이 지금 이 시기를 돌아보며 “그때, 우리 조상들이 현명한 선택을 했구나”라고 말하길.
함께 가자, 탄소중립의 길로. 우리의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하며.
[장대식 넷제로 2050 기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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