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등으로 커피·카카오·올리브유 국제가격 치솟아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극한 날씨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커피와 카카오, 설탕, 올리브유 등 극한기후 때문에 주산지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글로벌 가격이 치솟아 식탁 물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2022년 여름 유럽 각국에 기록적인 폭염이 닥치자, 식품 물가가 0.43∼0.93%p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2035년이 되면 '기후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물가가 최대 3.2%p 오르고 전체 물가는 최대 1.2%p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베트남 커피콩 / 사진=연합뉴스
동남아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가 극심한 가뭄으로 커피 생산에 타격을 입어 한국 커피 국제 가격도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15일) 업계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들어가는 비교적 값싼 로부스타 커피는 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글로벌 커피 벤치마크인 런던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지난 12일 t(톤)당 3948달러로 사상 최고로 뛰었습니다. 이는 1년 전보다 60% 넘게 오른 것입니다.
주요 공급처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량 감소로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세계 1위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의 농업부는 가뭄 때문에 베트남의 2023∼2024시즌 커피 생산이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로부스타보다 비싼 아라비카 커피는 뉴욕 선물시장에서 파운드당 2.34달러로 상승해 2022년 9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최대 아라비카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 가뭄이 아라비카 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부 /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열매 가루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도 1년 만에 3배로 급등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선물시장에서 코코아는 최근 한 달간 49% 뛰어 t당 1만5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생산이 급감했습니다.
열대 동태평양 표층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으로 세계 최대 카카오 생산국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극심한 가뭄이 일어났습니다.
국제코코아기구(ICO)는 2023∼2024시즌에 글로벌 카카오 공급이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JP모건은 글로벌 공급 부족이 주원인이고, 농장 투자 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에다 최근 투기 수요가 몰린 것도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올리브유는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 가뭄 때문에 글로벌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세계 올리브유 절반을 생산하는 스페인은 2년 연속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스페인이 생산하는 올리브유는 연간 140만t 수준으로 가뭄으로 용수가 부족해 생산량이 2년 연속 반토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페인산 올리브유는 1년 새 가격이 2배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같은 주요 올리브 생산국에서도 날씨 탓에 작황이 나빴습니다.
'100% 올리브유'를 쓴다는 점을 내세웠던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올리브유 가격 급등 때문에 지난해 10월부터 해바라기유를 섞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유 / 사진=연합뉴스
설탕 역시 기후변화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세계 2위·3위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에서 엘니뇨 영향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설탕 생산이 급감했습니다.
인도의 생산량 전망치 상향 조정과 태국의 수확 속도 개선 덕분에 설탕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예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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