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고물가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이번달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루이 커쉬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국제금융센터 초청 세미나 발표에서 "한국을 비롯해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 상단을 넘어서는 아태지역 국가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한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대응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루이 수석은 이날 세미나 사전 간담회에서는 "한은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에서는 50bp(1bp=0.01%포인트)까지 인상도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13일 예정돼 있다.
그는 "향후 한국 금리가 총 75bp 정도 더 인상될 것으로 본다"며 "전통적으로 한국의 평균적인 중립 금리는 2.5% 수준인데, 환율이 지속해서 압박을 받고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우상향하면 한은은 금리가 이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압박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은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홍 S&P 이사도 이날 발표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요소 중 하나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꼽으며 공·사기업의 예를 각각 들었다. 박 이사는 한국전력공사는 투입 단가가 올라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적자가 향후 몇 분기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에 대해선 최근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은이 금리를 올려도 주요 기업들은 조달 비용 상승이나 유동성 압박 등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 이사는 "S&P가 등급을 부여하는 한국 기업은 충분한 수준의 재무 여력과 회사채에 대한 탄탄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어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기업들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 자금 조달 일정을 앞당기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는 아태지역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과 관련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루이 수석은 "아태지역 국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내수 회복이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도 내수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S&P는 전날 '아시아·태평양 3분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보다 올려잡은 2.6%로 내다봤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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