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값이 치솟자 전기차 업체들이 'LFP(리튬인산철)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15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신흥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지난주 주주서한에서 전기트럭, 배달용 밴, SUV에 LFP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수급 방식을 현재 '납품'에서 '자체 생산'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리비안은 LFP배터리를 채택한 이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비용 때문이라고 전했다.
RJ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는 현 상황을 "자동차 업계가 봐왔던 가장 어려운 공급 환경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LFP배터리가 우리에게 의미 있는 비용 절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LFP배터리는 비싼 원료인 니켈, 코발트가 포함돼 있지 않아 NCM(니켈코발트망간) 같은 삼원계배터리보다 값이 30% 가량 저렴하고 폭발 위험이 적다. 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낮고 무거워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고, 중국 완성차 업체 위주로 소비되거나 일부 보급용 모델에 채택됐다.
그런데 최근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기차 업체의 원가부담이 커지자 상황이 변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이달 4일 톤(t)당 2만9800달러에서 7일 4만2995달러로 오른데 이어 8일 1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틀 만에 값이 2배 이상 뛰었다. 이에 LME가 니켈 거래를 중단 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코발트 가격도 새해 초 톤당 7만달러 선에서 이달 14일 8만2000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업체들이 LFP배터리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주원료인 철과 인산염 가격이 저렴한 데다 설계 기술이 발달해 단점으로 꼽히는 에너지밀도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 CATL의 '셀투팩'과 '셀투섀시'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셀투팩은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제조 공정에서 모듈을 생략하고 셀을 바로 팩에 조립하는 기술, 셀투섀시는 차체와 배터리를 일체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추가 배터리를 넣을 여유 공간과 중량을 확보할 수 있고, 따라서 주행거리도 늘릴 수 있다.
리비안에 앞서 테슬라,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전기차 업체가 LFP배터리 탑재 계획을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모든 기본형(스탠다드 레인지) 모델에 LFP배터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4년부터 차세대 전기차 모델인 EQA, EQB 등에 LFP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애플카를 개발 중인 애플도 LFP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NBC는 "테슬라가 LFP배터리로 전환한 것은 전기차 모델의 생산 비용을 낮추거나 가격을 올리지 않고 보급형 차량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보였다"라며 "니켈 가격이 치솟으면서 테슬라의 선례를 따르는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FP배터리의 인기는 통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LFP배터리 사용량은 삼원계배터리인 NCM811과 함께 1년 전 대비 2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 줄곧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테슬라와 중국 업체로의 공급 물량이 늘면서 배터리 사용량 1위로 올라섰다. 다른 삼원계인 NCM622와 NCM523 사용량은 각각 64.3%, 8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LFP배터리의 위상이 높아질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삼원계배터리에 주력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는 LFP배터리를 함께 개발해 제품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SK온은 LFP배터리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LG에너지솔루션 역시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우선 적용하는 방향으로 LFP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및 양극재 사용량이 견조하게 성장을 거듭한 가운데 양극활물질 유형별로는 LFP와 NCM811 이 급증하면서 시장 성장세를 선도했다"며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추어 기반 경쟁력 강화 및 성장동력 점검 등 적절한 대응에 나서는 것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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