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에서 샐러드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최근 채솟값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일 전까지만해도 한 통에 3000원이었던 양상추 가격이 7000원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양상추뿐 아니라 로메인, 치커리, 케일까지 다 올랐다"며 "닭가슴살 샐러드에서 채소를 줄이고 차라리 닭가슴살을 서비스로 더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 로메인 케일도 300%↑
갑작스러운 한파로 채솟값이 폭등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맥도날드와 서브웨이 등 외식업체들은 메뉴에서 양상추를 빼는 대신 음료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원가 부담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24일 농산물 유통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2일 양상추(1㎏) 도매가는 4323원으로 12일(1307원)대비 230% 폭등했다. 약 10일 만에 3배 이상 뛴 것이다. 같은 기간 로메인(355%)과 케일(261%), 치커리(152%) 값도 크게 올랐다.
채솟값이 급등한건 가을장마와 지난해보다 빨리 찾아온 한파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양상추의 경우 지난 8월 말 가을장마 뒤 무름병과 녹병 등 각종 병해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한파로 추위에 약한 치커리와 케일 등 잎채소의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지난 16일 서울과 경기 등 대부분 지역에 가을 첫 한파주의보를 내린 바 있다. 서울에 10월 중 한파특보가 내려진건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맥도날드 안내문. [사진 출처=한국맥도날드]
◆ "양상추 대신 음료 제공"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상분은 더 크다. 이날 주요 대형마트에서 양상추 한 통은 7000원 후반대에 팔렸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자재 마트에서도 양상추 한 통 가격이 6000원대로 치솟았다. 신선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에서는 양상추 상품이 하루종일 품절 상태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현모(32)씨는 "양상추 가격이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며 "알뜰 매대에 30% 싸게 나온 짓무른 양상추도 눈 깜짝할새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메뉴에서 채소 제공을 중단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2일 공지문을 내고 "갑작스러운 한파로 수급이 불안정해 양상추가 평소보다 적게, 혹은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경우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할 예정이다. 서브웨이도 일부 매장에서 샐러드 제품의 판매가 한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고,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양상추도 정량으로만 제공한다고 밝혔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감자 수급이 어려운 가운데 채소값까지 뛰면서 물량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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