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홀과 배달 메뉴값을 다르게 받는다. 매장에서 파는 아이스바닐라라떼(ℓ) 가격은 5500원, 배달앱은 500원 비싼 6000원이다. 클럽샌드위치도 배달앱이 홀보다 1000원 더 비싸다. 김 씨는 "손님들이 커피 가격보다 오히려 배달비에 더 민감해한다"며 "차라리 메뉴 가격을 올려 손익을 맞추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 배달료 부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배달비가 들썩이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소비자들이 배달비에 민감한 것을 감안해 메뉴 가격이나 최소주문금액을 대신 올리는 등 조삼모사식 인상에도 나섰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배달의민족(배민원)과 쿠팡이츠는 음식점으로부터 주문 한 건당 중개수수료 1000원과 카드수수료(3%), 배달비 5000원을 받고 있다. 배달비는 보통 음식점과 고객이 나눠서 낸다. 음식점이 3000원, 고객이 2000원을 내는 방식이다. 자영업자들은 이 3000원이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경기 수원시에서 디저트집을 운영하는 박모(34)씨는 "1만원어치 커피와 샌드위치를 팔면 중개비와 카드수수료를 제외하고 8700원이 남는다"며 "여기에 배달비 3000원과 부가세, 포장용기 비용을 빼면 손에 5000원도 쥐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날인 27일 오후 김해시 내외동 한 도로가 한산하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출처=연합뉴스]
◆ 배달비 낮추고 음식값 올려
배달비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5000원을 고객에게 모두 전가하면 주문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달비가 타 매장보다 비싸다며 리뷰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메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최근 배달비를 30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추는 대신 배달 메뉴 가격을 홀보다 1000원씩 높게 책정했다. 김 씨는 "보통 두그릇씩 주문하기 때문에 홀보다 2000원을 더 버는 셈"이라며 "이걸로 배달비가 얼추 충당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배달앱 수수료가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배민원과 쿠팡이츠 요금은 일시적인 프로모션이다. 실제 중개수수료는 배민원이 주문금액의 12%, 쿠팡이츠가 15%다. 배달비도 6000원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3개월씩 프로모션 기간을 연장하고 있지만, 언제 종료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자영업 커뮤니티에서는 "시한 폭탄을 안고 산다", "배달료는 사실 손님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들이 올라와있다.
27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서 구청 공무원이 방역수칙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출처=연합뉴스]
◆ "언제부터 배달료 받았나" 갈등
대기업 프랜차이즈들도 이미 홀과 메뉴 가격을 다르게 받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5대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조사한 결과 롯데리아와 버거킹, KFC의 모든 제품이 배달 주문과 매장구입간 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햄버거 세트는 1000~1200원, 음료는 500~700원 가량 배달 가격이 더 비쌌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배달주문 시 별도의 배달료가 청구되지 않는 대신 배달제품 가격에 배달료와 포장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언제부터 배달료를 따로 받았냐"는 것이 대표적이다. 직장인 현모(33)씨는 "배달앱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상주 배달원이 있는 피자집도 언젠가부터 배달비를 따로 받더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중개수수료가 0원인 배달앱 '포장' 주문에 대해서도 수수료 명목으로 전화 주문보다 음식값을 더 높여 받기도 한다. 대학생 김모(24)씨는 "배달앱으로 주문하면 최소주문금액을 맞추려 적어도 1만원은 더 쓰는 것 같다"며 "조금 귀찮더라도 전화로 주문하고, 직접 가서 픽업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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