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운영체제(iOS) 등에 새롭게 들어갈 이모티콘 최종 후보에 '임신한 남성' 이미지가 포함되면서 전 세계에서 강한 찬반 논란이 일도 했다.
최근 몇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모티콘 산업은 그만큼 논란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성차별, 인종차별, 욕설은 물론 대통령 비하 소재 이모티콘까지 판매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과도한 선정성 콘텐츠를 계속 접하면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이는 급성장해온 이모티콘 산업에 제동을 거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욕설 성차별은 물론 인종차별 이모티콘까지
해외 이모티콘 공유 사이트 '이모지미디어'는 지난 17일 '이모지 버전 14.0′ 새 이모티콘 최종 후보를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이모티콘은 배가 불룩 나온 임신한 남성이었다. 이 이모티콘은 인종을 고려해 총 6종으로 구성됐다. 이모지피디아는 "트랜스젠더 남성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제작됐다"면서 "성별의 다양성, 중립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해외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선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누리꾼들은 "미쳤다" "두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망조가 들었다" "임신은 여성만 하는 거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싫으면 쓰지 마라" "임신한 여성이 아닌 임신한 '사람'을 표현한 것" "다양성을 존중해줘서 좋다" "세상이 한 발짝 나아간 것"이라며 지지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모티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플은 지난 2015년 10월 아이폰의 OS인 iOS 9.1 정식 업데이트 버전을 배포하면서 새 이모티콘을 공개했다. 당시 150가지의 이모티콘이 새롭게 추가됐는데 특히 가운데 손가락을 활용한 이른바 '엿먹어라'(FUCX YOU) 이모티콘이 등장해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2월에도 애플은 6개 피부톤을 가진 인종 이모티콘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황인종을 나타낸 이모티콘이 비정상적으로 노랗게 표현돼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사실은 베타버전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졌으며 트위터 등 SNS상에는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당시 한 중국계 네티즌은 "애플이 아시아인을 의미하는 노란색 이모티콘을 만든 것 같은데 내 생애 한번도 이렇게 생긴 동양인은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 "애플의 새 이모티콘 중 일부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서도 논란 많아...대통령 이모티콘까지 등장
국내에서도 이모티콘 논란은 자주 있어왔다. 카카오는 지난 2019년 7월 이모티콘 표절 시비가 붙었다. 한 국내 작가가 만든 이모티콘에 대해 일본 작가가 표절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당 이모티콘에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앞서 카카오가 2017년 발표한 이모티콘 '니니즈' 중 한 캐릭터가 "스토커 기질이 있으며 미행하기를 좋아한다" 등 범죄행위를 암시하는 설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성 비하 문제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카카오는 '잔망 루피' 이모티콘을 출시했는데 욕설과 비속어, 여성혐오, 비하 발언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논란이 됐던 이모티콘은 '명존쎄'(명치를 매우 쎄게 치다는 말의 비속어), '오또케'(여성의 수동적인 태도를 비꼬는 말투)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매 운동이 전개되는 한편 환불 요청에 동참해달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고, 카카오는 출시 '명존쎄'와 '오또케'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도 2019년 욱일기를 소재로 한 이모티콘을 판매했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삭제했다. 해당 이모티콘은 '양키 고양이' 이모티콘 세트였다. 해당 이모티콘은 일본 4A-Studio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연시를 주제로 한 이모티콘 배경에는 욱일기 문양이 다수 활용됐다. 해당 콘텐츠는 일본 뿐 아니라 국내 온라인스토어에서도 팔렸다.
뿐만 아니라 라인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이모티콘을 판매해 비난을 받았다. 당시 라인은 "거주국이 한국이 아닌 창작자의 이모티콘에 대해서는 판매 지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 이용자 눈만 피하면 된다는 임시 대책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이모티콘 사업 급성장...카카오 7년만에 700%↑
이모티콘은 주요 의사소통 수단 중 하나가 된지 오래다. 지난해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매자수는 2400만명을 넘어서며 출시 초반인 2014년과 비교해 700%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로 이모티콘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단순 채팅용에서 벗어나 여러 방면으로 이모티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 덕분이다. 이모티콘 월평균 발신량도 24억건이다.
누적 상품수는 9700개에 달했으며 월평균 이모티콘 사용자수는 3000만명으로 카톡 이용자 대다수가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옥스포드는 2015년 올해의 단어로 '이모티콘'을 선정하면서 중요성을 인정했다.
이모티콘 판매량과 사용량이 늘면서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 등에서는 이모티콘이 주요 사업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과 비하 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가 노출되면 왜곡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영화나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저작권 규제의 강화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이모티콘 시장은 다른 콘텐츠 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규제를 적게 받기 때문에 논란을 야기하는 사례들이 꾸준히 생긴다"며 "규제 당국에서 저작권 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