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백신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인구가 약 930만명인 이스라엘은 이달 16일 현재 백신 접종률은 100명당 78.09명, 즉 약 78%가 백신접종을 마쳤다. 이는 UAE 52.6%, 영국 23.7%, 미국 16.5%보다 월등히 높다.
이스라엘은 5월말까지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마치고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하고 있다. 집단면역은 전체 인구의 70%이상이 방어면역, 즉 중화항체를 갖는다는 얘기다. 앞으로 변이바이러스가 확산되면 집단면역 형성 비율은 80~90%까지 올라가야 안심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을 주시하는 이유도 빠른 백신접종과 그에 따른 집단면역 형성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스라엘은 백신접종을 진행하면서 하루 확진자가 약 1000명에 달했던 1월 17일을 정점으로 지난 16일 현재 500명으로 절반이상 줄었고, 사망자는 하루 70~80명에서 30~40명으로 뚝 떨어졌다"며 "이는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화이자 백신 접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최대 의료보험회사인 클라릿 연구 결과에 의하면, 화이자 백신을 2회 접종한 6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증상 질환은 94%, 중증 질환은 92%의 예방효과가 있었다. 특히 60세이상에서 신규 확진자 53%, 입원환자 39%, 중증 질환자 31%나 줄었다. 또 다른 의료보험회사 마카비 조사에서도 화이자백신을 접종한 41만 6900명에서 확진자가 254명 발생했지만 미접종 77만 8000명에서는 1만 2944명이 확진됐다. 백신효과는 2차 접종 후 1주일이 경과후 예방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22일 이후에는 감염발생이 없었다. 백신 접종자에서 바이러스 분비량(Ct)도 줄어 감염전파 감소로 이었졌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집단면역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비결은 정부의 '과감한 베팅'때문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실제 임상데이터가 절실한 화이자·바이오엔텍과 만나 백신접종자의 나이, 성(姓), 인구구성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선구매 협상을 진행했다. 한발 더나아가 유럽연합이나 미국이 지불한 가격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제시하며 베팅했다. 화이자는 이스라엘의 전국민보험제도와 디지털화된 의료기록, 뛰어난 백신 유통·물류시설, 탄탄한 의료인프라에 매력을 느껴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팔레스타인이 거주하는 가자 및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백신접종 지역에서 배제한 것은 '옥의 티'이다.
정부의 '프리미엄 가격'논란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는 이틀간 봉쇄에 따른 손실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지불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개인의 정보제공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백신의 우선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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