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으로 자동차 세금을 내는 것은 부동산 재산세를 면적 단위로 내라는 소리와 같다. 서울 강남 건물과 시골 건물에 동일한 세금을 내라고 하는 말이다. 이게 왜 개정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몸무게에 따라 세금을 내라는 수준의 법이다. 20년전부터 이상하다 이상하다 해도 안 고쳐진다."
올 하반기 자동차세 납부 고지서를 받아든 차량 소유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매년 형평성 논란이 되풀이 되고 있지만 변화가 없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고가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이다. 현재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의 자동차세는 10만원이다. 여기에 교육세 30%를 가산한 13만원이 부과된다. 차량 가격이 1억1599만~1억3599만원인 테슬라 모델X도 교육세를 포함한 자동차세를 13만원 밖에 내지 않는다. 이에 비해 휘발유차량 등은 배기량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다보니 현대차 시판 차량 중 가장 저렴한 아반떼(최저 1570만원)도 연간 29만원의 자동차세(이하 교육세 포함)를 내고 있다. 테슬라 모델X와 비슷한 가격대인 제네시스 G90 5.0 가솔린 모델(차량가 1억1977만원)의 자동차세는 130만9880원이다. 테슬라 모델X보다 자동차세가 더 낮은 비영업용 승용차로는 기아차의 모닝, 레이(자동차세 10만3780원) 등의 경차 정도 밖에 없다. 모닝과 레이의 판매가는 각각 1100만~1400만원, 1200~1500만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차량에 지원해주는 것은 이해가되지만 억대 차량까지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 전기차에 대해서는 과세 기준을 별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세는 과세기준일인 6월과 12월 1일 기준으로 반기별로 부과된다. 최근 공지서가 발송된 하반기 자동차세의 납부기한은 오는 12월 31일까지다.
자동차세는 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비영업용 차량의 자동차세는 배기량별로 3구간으로 구분돼있다. 1000cc 이하는 cc당 80원, 1000~1600cc는 140원. 1600cc 이상은 200원이다. 여기에 교육세 30%가 가산된다.
'2020 그랜저'의 경우 2.5 가솔린 모델은 배기량이 2497cc다. 1600cc 이상에 해당하므로 cc당 200원을 적용하면 49만9400원이다. 여기에 교육세로 30%를 더해 64만9220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같은 그랜저라고 하더라도 배기량이 큰 3.0 LPi는 77만9740원, 3.3 가솔린 모델은 86만8920원이다. 배기량이 커질수록 자동차세도 무거워진다.
최근들어 저가 모델 차량에 대해서도 배기량을 높이다 보니 차량가격이 낮은데도 세금은 더 내야하는 상황이 늘면서 차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현재 3534만~4388만원에 판매되는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베뉴(판매가 1662만~2148만원)에 비해 배 이상 비싸다. 두 차종의 배기량이 1598cc다보니 자동차세는 29만820원(연간, 교육세 포함)으로 동일하다.
같은 배기량이라도 더 비싼 외산차와 비교하면 세금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BMW 520d의 배기량은 1995cc로 쏘나타(1999cc), K5(1999cc)와 비슷하다. 세금 역시 1000원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BMW520d의 시판가는 7000만원, 쏘나타와 K5(3000만원선)의 배가 넘는다.
제도 개선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동차세의 세제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5년 전인 지난 2015년 심재철 의원 등 12명은 자동차세 산정 방식을 현행 배기량 기준에서 차량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쏘나타의 자동차세는 55.4% 떨어지는 반면 벤츠 C200은 64% 높아지는 등 차량 가격에 따른 자동차세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 악화 문제와 맞물리면서 자동차세 개편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한국지방세학회는 지난 8월 '2020년 하계학술대회'에서 '자동차세 주요 쟁점과 개편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유경란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배기량에 기준해 1년 단위로 책정하는 소유분 자동차세는 재산세적 측면이 강하다"며 "자동차세 차량가액제는 자동차세의 재산세적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능이 더 좋은 고가의 차를 소유할수록 세 부담이 늘어나도록 할 수 있어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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