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두고 사업자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른 공항 '셧다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임대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감면 조치를 발표한 해외 공항 사례와 비교해 국내 사업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직접 닫아놓고 "임대료는 내라"
20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약 3주간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여객 수는 '0명'이다. 지난달 김포공항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대비 95.4% 감소한 1만여명이었으나, 이마저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되면서 국제선 여객편이 전부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김포공항 면세점은 이달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대·중견기업 임대료 20% 인하 외에는 추가 지원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공공기관에 입주한 사업자는 올해 3~8월 6개월간 임대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문제는 공항 셧다운의 주체가 정부라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 감소에 따른 매출 타격은 사업자들이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결정에 따른 피해까지 떠안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게 면세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부터 김포공항과 김해국제공항 등의 국제선 여객편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한 바 있다.
신라면세점 김포공항점의 경우 '매출연동형' 계약으로 이달 임대료로 최소보장금액만 납부하면 된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16년 계약 당시 고정임대료를 적용돼 이달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지난달부터 휴점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롯데면세점 측은 한국공항공사에 한시적 임대료 완화를 요구했으나, 공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임대료로 5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하루 평균 매출이 2억원에 달했으나 지난달 100만원, 이달 0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공항 '통 큰' 감면…韓, 샅바 싸움만
인천공항공사도 면세 사업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공사 측이 임대료의 20%를 감면받는 대신 내년도 할인을 포기하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여객수 연동 최소보장금 제도'에 따라 내년도 임대료를 최대 9% 할인 받을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측이 이중 수혜를 이유로 내년도 할인이 불가하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에 대기업 면세 사업자들은 공사 측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회신한 상태다.
면세업계는 국내 공항의 조치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의 주요 공항들은 코로나19 지원으로 임대료 매출 연동제를 도입했다. 글로벌 면세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댈라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의 경우 오는 9월까지 이 조치로 4500만~5500만 달러(550억원~675억원)의 공항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오는 8월까지 고정 임대료의 50%를 감면해준다. 홍콩 쳅락콕 공항은 올해 3~5월 임대료의 70%를, 6월 50%를 감면해주기로 결정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은 시장 사업자로서 감내해야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른 피해까지 감당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국내 공항도 글로벌 기준에 맞는 상생 조치를 시행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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