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이용기간 후 자동결제 전 안내해준다더니…

#책을 좋아하는 30대 김모씨는 몇년 전 국내 한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업체의 1달 무료 이용권 이벤트에 참여했다. 이벤트 참여 시 자동결제 전 결제안내가 이뤄진다고 되어있어 서비스 이용 후 결제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달 뒤 아무런 안내 없이 한달치 요금이 자동결제된 것으로 발견한 김씨는 해당 업체에 문의했으나, 결제일로부터 7일이 경과했다며 환불을 거절해 김씨는 소비자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다크 넛지(Dark Nudge)' 상술이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크 넛지'는 온라인 시장에서 구독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선택을 번복하기 귀찮아하는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노린 상술로 주로 영상이나 음원 스트리밍 등 온라인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크 넛지(Dark Nudge)란 팔꿈치로 툭툭 옆구리를 찌르듯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의 넛지(nudge)와 어두움을 의미하는 다크(dark)가 결합된 단어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소유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2년 10개월간(2017년~2019년 10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다크 넛지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총 77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해지수단을 제한함으로써 해지포기를 유도하는 '해지방해'가 38건(49.3%)으로 가장 많았고,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별도 고지없이 요금을 결제하는 '자동결제'가 34건(44.2%)을 차지했다.

이외에 사실과 다른 한시적 특가판매 광고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압박판매'가 4건(5.2%), 가격에 대한 착오를 유발하는 '가격오인'이 1건(1.3%)으로 뒤를 이었다.
소비자원은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앱스토어에서 구독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50개 앱을 대상으로 다크 넛지와 관련한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업자 자율 시정과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유료로 전환하는 26개 앱 중 유료 전환과 가까운 시점에 유료 전환 예정을 고지한다고 표시한 앱은 2개(넷플릭스, 유튜브 뮤직)에 불과했다.
결제 전 결제내역 고지에 대해 약관이나 앱 상에 명확히 표시할 필요가 있으나, 조사 대상 50개 앱 중 1개 앱만이 해당 사실을 약관에 표시하고 있었다.
또한 2개 앱은 연 단위 구독상품임에도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을 표시해 월 단위 결제 상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1개 앱은 모바일 앱을 통해 계약하더라도 전화로만 해지신청이 가능해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에 따르고 있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격을 오인하도록 표시하거나 해지수단을 제한한 사업자에 대해 자율시정을 권고하고, 유료전환 인접 시점에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 개정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자동결제 상품을 이용할 경우 유료전환 시점을 알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알림기능 등을 적극 활용해 원하지 않는 결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결제금액이 소액이라도 매월 결제 내역을 꼼꼼히 확인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