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관광특구거리. 문이 활짝 열린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A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앞머리가 휘날릴정도로 센 뜨거운 바람이 느껴졌다. 출입문은 열려있었지만 매장 안은 난방기구 열기에 더울 정도였다. A 매장 매니저는 "추위를 피해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꽤 있어 겨울에도 문을 열어둔다"고 말했다.
이날 명동에 위치한 매장 문은 대부분 열려있었다. 특히 문 앞에서 판촉 행위가 이뤄지는 화장품 매장의 경우 10개 중 8개꼴로 출입문을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자동문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둘 수 있게 고정시켰다. 패션·잡화 전문점과 다이소 등 대형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은 문을 닫고 영업을 했다.
다음주부터 사흘간 '문 열고 난방영업' 단속이 예고됐지만 상인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에너지수요관리 대책 일환으로 문을 열고 난방 영업을 하는 곳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문을 열고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최초 경고조치부터 누적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명동에서 10년째 팬시점을 운영하는 상인 김모(46)씨는 "여름에도 시청에서 문을 열고 난방영업을 한다고 단속을 나왔었는 데 한 번도 과태료를 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33)씨는 "매장 앞에 진열해둔 옷을 계속 봐야 하는데 문을 닫으면 그럴 수 없다"며 "문을 닫아놓으면 무의식적으로 들어오는 손님도 그냥 지나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14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패션 전문점과 로드숍 화장품 매장이 문을 연채로 난방영업을 하고 있다. [신미진 기자]
일부 상인들은 임시방편으로 문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도 했다. 소규모 환전소들은 출입문을 열어두는 대신 중간에 바람막이를 설치해 손님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했다. 로드숍 화장품 매장은 출입문 앞에 대형 히터를 두고 모객을 하기도 했다. 자동문을 닫아놓은 매장은 판촉 행위를 하는 직원이 문을 열어주는 '문지기'가 되는 일도 허다했다.커튼처럼 열고 닫는 '접이식문(폴딩도어)'인 대형매장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접이식문을 설치했으나 무게가 상당해 손님들이 직접 열고 들어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전문점 직원 정모(25)씨는 "출입구가 접이식문이어서 직원들도 출근과 퇴근때만 문을 닫는다"며 "접이식문을 닫아놓으라는 건 영업을 하지 말란 얘기"라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문을 닫고 난방을 했을 때 소비전력(내부온도 22℃, 외기온도 -2℃ 가정)은 315.2W로 문을 열었을 때(3871W)보다 에너지를 91.9% 가량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개문난방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을 예고하고 하기 때문에 단발성에 그칠 확률이 높고, 대부분 경고 조치로 끝나거나 향후 사업주가 이의를 제기할 시 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는 2013년 개문난방 영업행위 1차 적발 시 과태료 50만원을 올해 150만원으로 대폭 높였다. 또 집중 단속 기간 이후에도 문을 열고 난방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한 계도 및 점검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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