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부당청구로 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병원들 중 병원비를 내기 어려운 저소득층 의료급여 환자와 일반 환자를 차별해 진료한 의료기관이 최근 5년 내 14곳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의료급여‧건강보험 행정처분내역 상이기관 현황'에 따르면 종합병원 1곳, 병원 1곳, 요양병원 5곳, 의원/한의원 각 3곳, 약국 1곳 등 14개 의료기관이 의료급여 관련 행정처분은 업무정지를 선택하면서 건강보험은 과징금을 내고 정상진료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정지 처분을 받으면 병원은 원칙적으로 해당 기간동안 환자를 진료할 수 없지만 환자 피해를 고려해 관련법에서 업무정지와 과징금 납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 14개 의료기관이 일반 환자의 진료를 계속하기 위해 지급한 과징금은 총 32억 5000만원을 넘는다.
경북 양산시의 A 비뇨기과는 진찰료와 약제비를 부당청구해 159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의원은 의료급여 환자 진료만 중단하고 일반 건강보험 환자는 1700만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고 정상진료 했다. 경기 화성시의 B 요양병원도 2014년 근무인원을 속여 건강보험 허위청구하다 적발됐지만 소송전 끝에 2017년 12월 과징금 11억 원을 내고 건보 환자는 계속 진료했다.
병원들이 의료 급여 환자 진료를 꺼리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건강보험 적용자는 5100만명이지만 의료급여 대상자는 149만명으로 건보 환자의 34분의 1 수준이다. 의료급여 환자들은 병원이 수익을 내는 비급여 검사나 치료 비용도 부담하지 못한다.
최도자 의원은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 대한 행정처분이 각기 다른 법과 부서에서 별도로 진행돼 의료급여 수급자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처분 시 의료급여 수급자만 피해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처분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후 일반 환자만 진료한 받은 여의도 C병원의 경우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최도자 의원의 지적에 복지부가 조치를 취했다. 직권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과징금 처분을 내려 의료급여 환자들도 계속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특수한 사례다. 관련 법은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병원의 규모나 대상자의 숫자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