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체 창업주들이 회사를 전문경영인에 맡긴 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에 몸담았던 게임 업계로 돌아가는가 하면 최근 주목받아온 블록체인으로 새길 찾기에 나서기도 한다.
10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옛 위메이크프라이스) 창업주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는 넥슨의 외부 고문으로 선임됐다. 넥슨코리아가 3500억원 규모의 원더홀딩스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의 전략적 투자도 단행했다.
원더홀딩스는 위메프를 비롯해 게임개발사인 원더피플, 에이스톰의 지주사다. 넥슨은 이번 투자로 원더홀딩스의 지분 11.1%를 보유하게 돼 원더피플과 에이스톰의 게임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허 대표는 위메프 창업 전인 지난 2001년 게임 개발사인 네오플을 설립한 뒤 글로벌 성공작인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2005년 출시했다. 네오플은 2008년 넥슨에 3800억원대 매각됐으며 이후 허 대표는 해외에서 음악 공부 등을 하다 2010년 지금의 위메프를 창업했다. 2013년 새로운 사업 구상과 학업을 이유로 박은상 위메프 대표에게 위메프 경영을 맡기고 물러났으며, 위메프의 최대주주인 원더홀딩스의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에이스텀과 원더피플에서는 총괄프로듀서로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허 대표가 위메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을 당시 신사업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부동산 관리 외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다 이번에 넥슨 외부 고문이 됐다. 특히, 매각 불발로 쓴맛은 본 김정주 NXC 대표가 허 대표 섭외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은 서울대 동문으로, 넥슨의 지주사인 NXC는 위메프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허 대표가 넥슨에 매각했던 네오플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3055억원, 영업이익은 1조2156억원으로 넥슨의 영업이익보다 많다. 영업이익률이 93%에 달하고, 지난해 기준 던전앤파이터의 누적 매출액은 약 12조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공을 발판으로 허 대표는 최근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는 넥슨의 구조개편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PC온라인과 모바일사업 부문을 통합할 예정인 만큼 허 대표가 구조개편 밑그림 작업에 나선 뒤 개편 이후엔 신규 게임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티몬(옛 티켓몬스터) 창업자인 신현성 테라 대표는 2017년 티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티몬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한 채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인 '테라'를 공동 설립했다. 이어, 지난달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쿠코인에 실물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 채굴로 얻을 수 있는 마이닝 토큰 루나를 상장했다.
테라는 결제방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만큼 이커머스와 좀 더 연결성이 짙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결제시스템 사용 시 거래수수료 및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더 저렴한 결제수단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결제 뿐 아니라 송금과 환전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수료와 비용, 세금 등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없애고 화폐거래를 자유롭게 만드는 방식을 고민한단 게 테라 측 설명이다. 2017년 당시 신 대표는 티몬 의장직에 오르며 새로운 미디어커머스 모델로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방식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특정 인원이 모이면 할인해주는 소셜커머스형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들의 잇따른 이커머스 진출로 치열한 경쟁 상황에 내몰리면서 창업주들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소셜커머스 3사로 불리며 쿠팡, 위메프, 티몬이 경쟁했지만 쿠팡이 현재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하면서 티몬과 위메프는 실익을 내세워 일부 적자 서비스를 접고 흑자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매력적인 시장이자 '뜨거운 감자'였던 이커머스 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위메프와 티몬은 신규 투자나 서비스보단 할인 프로모션 등 손익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도전정신이 강한 창업주로선 이커머스보단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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