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일본의 대 한국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더이상 경제적 방정식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며 "공급의 안전성이 무언의 약속으로 담보될 때와 그것이 불안할 때는 기업의 대처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소재 국산화와 공급선 다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스크 대응에 나서는 한편 대통령의 대처를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박 회장은 지난 17일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이 열린 제주 신라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근 급격히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박 회장은 일본이 한일 간 외교 문제에 경제적인 대응을 하는 방식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한 뒤 "앞으로도 재발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국면과 지금부터의 국면은 다르게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개별 기업들이 장기적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대통령의 대처에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서 대처할 수 있도록 기업들도 돕고,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서 대처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또 전폭적으로 도와줘야한다"며 "견해차가 있어도 지금 그것을 표명해 서로 비난하고 갑론을박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직접 올린 글을 언급하며 "밥 짓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밥그릇 가지고 싸우는 모양"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국회와 정부가 행정과 입법을 통한 규제 개혁으로 기업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그는 "(기업이)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면 대체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개발 허가받는 데 2년이 걸리면 되겠냐"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빨리 처리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한일 관계 경색을 우려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앞으로 우리 사회의 대응 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예전과 다르게 핵심 소재 개발 등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소재 개발의 당위성, 필요성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 고객사들의 의지, 개발하는 사람들의 동기부여까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최근 공급의 안전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기면서 기업들로서는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면서 이번 사태가 향후 국산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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