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한한의사협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혈액검사기, 엑스레이 등 양방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영상의학회가 다음날 14일 성명을 발표하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의협과 학회는 일부 회원을 중심으로 엑스레이 사용 운동에 선도적으로 나서겠다고 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의 공언을 "법치국가 기반을 흔드는 중요한 위반행위"라며 비판했다. 의협과 학회가 근거로 삼는 건 2011년 대법원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하다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기소당한 한의사 A씨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협과 학회는 "판결문에 따르면, 10mA/분 이하의 것은 안전 관리 규칙에서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된다 하더라도, 그 의무가 면제되는 대상은 종합병원·병원·치과·의원 등 원래 안전관리책임자 선임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의료기관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같은 규정을 근거로 한의사가 10mA/분 이하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격이 없는 한의사들이 엑스선 검사기기를 사용하면 검사를 받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검사를 시행하는 한의사들에게도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방사선 차폐를 시행하지 않거나 부주의한 경우 저출력 기기라도 한도를 초과해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요즘 휴대용 엑스선 검사기기는 방사선 방출량도 낮아 평소 대기에 노출될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박이나 반도체 만드는 공장에서도 이같은 검사기기를 쓰는데 위험하다고 하면 쓸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사회 통념이 바뀌면 판례도 바뀔 수 있다"면서 "간통죄나 낙태죄가 헌법재판소 판결을 거쳐 폐지 수순을 밟듯이 국민들이 한의사들의 엑스레이 기기 사용을 원하는만큼 판례도 바뀔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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