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 균주 출처를 놓고 벌이는 진실게임을 미국 의약품·통상 당국까지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미국 당국의 처분에 대해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웅제약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균주와 공정기술을 도용해 개발됐는지 여부를 놓고 두 회사는 4년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근 메디톡스·앨러간이 대웅제약·에볼루스를 상대로 관세법 337조에 의거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제소한 건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4일 오전 대웅제약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8.25% 하락한 17만8000원까지 빠졌다가, 오후 들어 대웅제약이 ITC 소송으로 나보타의 미국 출시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18만8500원(전거래일 대비 2.84%↓)까지 회복했다. 같은날 코스피 의약품지수가 전일 대비 1.37% 올랐을 정도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았지만, 대웅제약은 상승흐름에서 제외됐다.
메디톡스는 전날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ITC가 조사에 나선 건 통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웅제약이 무고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힌 데 대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할테니 공개토론장에 나와 나보타 개발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해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웅제약의 주가는 지난 5일에도 전일 대비 0.53% 하락한 18만7500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는 "ITC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판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보타의 균주 관련 논쟁에 대웅제약의 주가가 출렁이는 이유는 나보타의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크게 반영된 데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보툴리눔톡신 시장인 미국에서는 오리지널사인 앨러간을 비롯한 소수의 회사만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판매하고 있다. 시장 진입이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실제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70%가 오리지널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보톡스를 판매하는 앨러간이 맡고 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메디톡스의 시민청원을 기각한 걸 두고도 양측의 해석이 엇갈린다. FDA는 지난달 1일 나보타의 미국 판매를 승인하면서 나보타 균주의 출처를 확인하기 전에는 허가를 내주면 안된다는 메디톡스 측의 시민청원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 측이 요구한 나보타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에 걸림돌이 없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ITC가 과학적 관점으로 판단하는 FDA와는 다른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