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부실 여파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주식시장에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다만 한진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현지에서 채무조정 협상이 잘 타결되면 한진중공업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손실을 반영한 작년도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한 결과 자본잠식이 발생했다고 13일 오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작년 연결기준 매출 1조6979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빅조선소 관련 충당금을 쌓은 결과 1조31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은 "종속회사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HHIC-Phil Inc.)의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자산평가 손실 및 충당부채 설정으로 자본잠식이 발생했다"며 "출자전환 등 자본잠식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자율협약 채권단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도 향후 한진중공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한진중공업과 필리핀은행들의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면 국내 채권단과 함께 필리핀은행들이 출자전환에 참여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만큼,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주채권은행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빅조선소의 적자 누적은 한진중공업의 재무상태를 악화시켜왔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2016년 1820억원, 2017년 2335억원, 작년 3분기까지 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한진중공업은 개별 기준으로 2016년 493억원, 2017년 866억원, 작년 7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한진중공업은 2006년 필리핀 수비크만에 조선소를 건립해 한때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0대 조선소로 명성을 떨쳤으나 계속된 조선 불황과 수주 절벽사태 등을 버티지 못하고 올해 초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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