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을 앓는 환자가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이른바 '진단방랑'이 줄어들 전망이다. 관련 거점센터 병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30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희귀질환 지원대책에 따라 권역별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희귀질환 지원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희귀질환 전문가가 부족한 가운데 의료기관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환자가 진단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진단 이후에도 치료·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질본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진단까지 소요시간은 64.3%가 1년 미만, 10년 이상도 6.1%이며 최종 진단까지 16.4%의 환자가 4개 이상 병원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질본은 다음달부터 희귀질환 거점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 중앙지원센터를 서울대병원으로 새로 지정하고 권역별 거점센터도 기존 4곳에서 1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앙센터까지 합치면 총 11개소로 늘어나는 셈이다. 중앙센터인 서울대병원은 전국 10개 권역별 거점센터(인하대병원·아주대병원·충남대병원·충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인제대부산백병원·양산부산대병원·화순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제주한라병원)가 희귀질환 진료와 연구 조사, 교육 훈련, 환자 등록 등 지원사업을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권역별 거점센터는 지역 전문진료실(클리닉) 운영, 전문 의료인력 교육,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해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진단 기간을 단축하고 의료기관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함으로써 지방에 거주하는 희귀질환자들이 지역 안에서 지속적인 질환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질본은 희귀질환 거점센터 신규 개소 기관에 대해서는 운영 지침과 운영 상황 등을 센터별로 점검해 사업이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희귀질환은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증상도 심각한 경우가 많음에도 그간 지역 의료기관 규모나 역량 부족으로 진단·치료·관리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거점센터 지정 확대로 희귀질환 진료 역량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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