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사진) 회장이 편의점 사업 몸집을 키우기 위해 눈독을 들여온 미니스톱 인수가 무산됐다. 집행유예로 석방돼 8개월만에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은 첫 인수합병(M&A)건으로 미니스톱을 선언했다. 그러나 결국 미니스톱 인수가 '스톱'되면서 향후 롯데의 M&A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 매각가 의견차 좁히지 못해 결국 무산된 미니스톱 인수
28일 투자은행(IB)업계 및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참여한 한국 미니스톱 매각 입찰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게 월례 화상회의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국내 파트너사를 찾아왔지만 결국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미니스톱 매각이 백지화 됐음을 공식화했다.
한국 미니스톱 지분은 일본 유통사인 이온그룹이 76.06%, 국내 식품 기업인 대상이 20%, 일본 미쓰비시가 3.94%씩 갖고 있다.
한국 미니스톱 매각은 지난해 11월 시작됐지만 두 달 이상 지연됐다. 롯데그룹(세븐일레븐)과 신세계그룹(이마트24),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롯데 측이 입찰업체 중에선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온그룹과 매각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그간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롯데 관계자는 "비록 미니스톱 인수전은 무산됐지만, 일본 이온그룹과는 일본 내 유통사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는 것 말고 그럼 파는 것은?…카드·보험사·캐피탈 매각 흥행 여부도 관심↑
신 회장이 미니스톱 인수 못지 않게 관심을 보인 것은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롯데캐피탈 매각건이다. 이들 회사의 매각은 롯데의 지주사 전환에 필수조건이었으나 신 회장의 부재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 동안 그룹 내에서는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지분을 지주로 편입되지 않은 계열사로 넘길지, 다른 회사로 아예 매각할지 등을 놓고 고심이 컸다. 결국 신 회장이 석방된 후 그의 결단에 힘입어 매각으로 방향을 잡았디.
하지만 매각가 곧 인수가의 규모가 수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 역시 '산 넘어 산' 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8%를 갖고 있는 가운데 지분 가치로 보면 순자산가액 기준으로 2조원에 달한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호텔롯데과 부산롯데호텔 등이 대주주로 이들 지분을 합하면 약 53% 지분을 갖고 있다. 시가총액(약 3700억원) 기준으로 보면 롯데의 지분가치는 약 1800억원이다. 롯데캐피탈의 가치는 순자산가액 기준으로 약 3000억원 규모다.
그러다보니 금융업계에서는 부담스러운 투자금액으로 인해 인수전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롯데는 인수전 흥행을 위해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롯데캐피탈 매각구도를 패키지에서 개별 매각으로 선회한 한편 롯데카드 지분(98.3%)중 30% 가량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선 롯데가 롯데카드에 대한 지분 30% 가량을 남길 경우 거래금액은 1조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인수 부담을 던 금융지주사들 간 경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 관계자는 "본래부터 유통과 카드는 한 몸이라는 생각을 신 회장이 가지고 있고, 또 강조해 온 부분"이라며 "롯데백화점과 마트, 세븐일레븐 등 롯데카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유통 관련 빅데이터는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해 (롯데카드) 매각을 하면서도 인수자와 다양하게 협력을 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예비입찰은 오는 30일, 롯데캐피탈의 예비입찰은 2월 둘째주로 예정돼 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신미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