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LS산전 회장은 지난 2011년 2월 과장 승진자와 배우자 및 가족 등 100여명을 서울 시내 호텔로 초청했다. 구 회장은 당시 만찬을 대접하면서 축하인사와 함께 "오너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궁극적으로 최고경영자(CEO)도, 오너도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와 장미꽃을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구 회장의 제안으로 이렇게 시작된 LS산전 과장(매니저) 진급자 가족초청 축하행사가 올해로 9년째를 맞았다.
구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019년 신임 매니저와 배우자 가족 등 340여명을 초청해 'Smart Working, Happy Life(똑똑하게 업무하고 행복한 삶을 살자)' 행사를 열었다. LS산전 안양본사와 연구소, 청주·천안·부산 등 전 사업장 매니저 승진자와 가족이 참석했다. 또 회사 사업부문장 부부와 함께 승진대상자 소속 팀장도 전원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래를 담보할 강력하고도 지속가능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존재, 즉 '경로 개척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을 언급하며 "로마군 마차의 폭에 맞춰 구축된 도로가 기차 선로로 발전했고 오늘날 열차를 통해 발사대로 운반되는 우주왕복선 로켓의 지름이 열차 터널 폭에 맞춰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 전 로마군 마차가 로켓까지 영향을 미쳤듯이 한 번 경로가 만들어지면 오랫동안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이 경로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는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만 가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했다.
구 회장은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도 주문했다.
구 회장은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애자일(Agile) 조직체계에서 협업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코디네이터로서 팀 동료는 물론 각 밸류 체인 간 업무를 조율하고 대안을 도출해내는 매니저의 역할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LS산전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젊고 강인한 매니저들로부터 나왔던 것"이라며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고 생존을 넘어 성장의 길을 여는 매니저들의 저력을 보여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다.
이날 승진 축하행사에서는 행복한 소통을 주제로 하는 특강에 이어 만찬이 이어졌다.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의 승진 축하 영상 메시지를 포함한 토크 콘서트도 진행됐다. 특히 LS산전은 승진자 가족 전원에게 매니저로서의 첫 발을 힘차게 내딛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워킹화를 선물했다.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자리를 내려놓고 지난 2005년 LS산전 관리본부장(부사장)으로 옮기면서 경영인의 길을 걸었다. LG그룹에서 갓 분리됐던 LS그룹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오너일가의 책임경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 회장직을 단계적으로 밟으면서 주력사업인 전력과 자동화부문에 안정적인 실적개선을 이뤘고 에너지저장장치 솔루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아울러 임직원 과의 친밀한 소통경영을 통해 회사가치를 높이고 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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