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 악화에도 아이들을 위해선 기꺼이 지갑을 여는 부모들을 겨냥해 백화점이 달라지고 있다. 한 층을 통째로 키즈관으로 꾸미는 한편 아이와 함께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슬라임 카페 등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모습이다.
9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의 유아 휴게실 공간을 기존보다 1.5배 늘리며 재단장했다. 재개점한 롯데백화점 안산점에는 뽀로로 키즈카페가, 구리점에는 슬라임카페가 입점했다. 슬라임카페는 최근 어린이들 사이 인기 있는 곳으로 유아동 교육 콘텐츠로도 주목을 받는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아예 한 층 전체를 키즈 패밀리관으로 꾸몄다. 이 때 단순히 의류 및 육아용품 판매 공간에서 탈피해 가족단위 고객이 편히 머물 수 있도록 꾸민 것이 특징이다. 회전목마 등 아이들 놀거리가 풍성한 키즈카페 '릴리펏', 아이와 동반해 성인이 네일아트, 족욕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뷰티스파 체험형 콘텐츠 '슈슈앤쌔씨', 미술체험 콘텐츠 '미카도르',이유식을 파는 카페 '얌이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리뉴얼 오픈을 하면서 '리틀 신세계'라는 아동전문관을 만들며 키즈카페를 들여놔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불황에도 유아동 브랜드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자 백화점이 변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백화점에 오는 소비자들이 오래 머물수록 매출이 뛴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유아동 상품군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16년 8.1% ▲2017년 10.2% ▲2018년 12.9%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여준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전체 매출은 평균 1~2% 느는데 그치는 것에 비하면 유아동 상품군 매출은 성장세가 큰 편"이라며 "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백화점에서 적극 하고 있다"고 말했다.
쟈딕앤볼테르 청소년 라인 [사진제공 = 신세계백화점]
특히 유아동 의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점차 커지자 고가 프리미엄 매장 강화에도 나섰다.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압구정본점과 판교점에 아동 수입의류 편집숍 '한스타일키즈'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에서는 MSGM 키즈, 프리미아타 키즈, 마르니 키즈 등 11개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한편,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셀로 불론', '에밀리오 푸치'의 아동 라인을 국내에서 단독으로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어릴 때부터 프리미엄 의류를 입고 자란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용 명품을 적극 들여오고 있다.
예를 들어 아동 명품 전문 편집매장 '분주니어'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주니어 라인이나 고가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유명한 '쟈딕앤볼테르'에서 성인 컬렉션의 미니미 버전으로 선보인 청소년 라인 등이다. 쟈딕앤볼테르 청소년 라인의 가격대는 야상 재킷이 31만원대, 원피스가 13~21만원대로 웬만한 성인 옷값과 맞먹는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저출산 기조 속에서 귀하게 키우는 자녀들 이른바 '골드 키즈'가 늘면서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며 "1~2명의 자녀에 대한 소비가 집중되는 만큼 관련 시장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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