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 슈퍼호황이 꺾이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기준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 8000억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9.87%, 38.53% 감소했고, 전년동기 대비는 10.58%, 28.71%씩 줄었다.
이는 증권사 전망치 보다도 훨씬 낮은 '어닝 쇼크'에 해당한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평균 예상치는 매출 63조 554억원, 영업이익 13조 267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15조 6421억원, 2분기 14조 8700억원, 3분기 17조 5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연이익 60조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 8000억원에 그치면서 2018년 연간 영업이익도 60조에 못미치는 58조 8900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 = 김승한 기자]
이날 실적 발표는 잠정이라 사업 부문별 구체적인 성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 급감이 전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증권사 추정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밑돌 것으로 분석된다. 전분기 13조 6500억원보다 3조원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견인했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8.19달러까지 올랐던 DDR4 8Gb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해 10월 한 달 만에 7.31달러로 10.74% 급락했다. 11월 역시 7.19달러로 내림세를 이어갔다.
낸드도 마찬가지다. 메모리카드와 USB 등에 사용하는 128Gb MLC 제품은 지난해 9월 3.8% 떨어진 데 이어 지난 11월 또다시 6.51% 하락하며 4.74달러를 기록했다. 프리미엄급인 SLC는 32Gb급이 13.2달러로 같은 기간 12.8% 급락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에도 수요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비관적 경기 전망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주요 고객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보유 재고를 소진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둔화로 인한 이익조정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투자를 줄여 공급이 과열경쟁 없이 더욱 안정되는 것은 과거 사이클 대비 확실한 변화이지만, 고객이 메모리 가격을 예상해 구매를 지연하는 심리 등이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