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엘컴은 '쟁이'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직원 개개인의 성향이 다양한 곳이죠. 이를 하나로 통합하기 보다는 특성을 살려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조중규 지엘컴 대표는 회사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 같이 소개했다. 그는 "이벤트 기획업계는 블록과도 같은 곳"이라며 "하나의 큰 덩어리로 존재하기 보단 블록 하나하나가 모여 프로젝트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5년 설립된 지엘컴은 공연·이벤트 기획 사업으로 출발한 종합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다. 현대자동차와 LG디스플레이 등 기업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업이 주를 이룬다.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첫 대회 '2018 펍지 모바일 스타 챌린지' 무대도 조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지엘컴은 총 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에이미지니 ▲조은렌탈 ▲지엘코리아 ▲지엘푸드스토리 ▲카페더지엘 등 영상 제작과 장비 렌탈 등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다. GL패밀리로 소개되는 이들 회사는 모두 지엘컴 임직원이 만든 브랜드 혹은 회사다. 각 법인장 역시 지엘컴 소속 임직원들이 도맡고 있다.
조 대표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검토한 뒤에 계열사 형태로 분사시키고, 해당 직원을 법인장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사업 아이템만 좋다면 지엘컴에서는 말단 직원도 법인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각 계열사 법인장들은 모두 30대로 입사 5~6년차 직원들이다.
각 법인장들의 지분도 늘려 책임감을 준다. 또 계열사 뿐 아니라 팀원들도 매년 목표 초과 달성 시 초과분을 똑같이 나눠 갖도록하고 있다. 그의 경영철학인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도전정신'을 직원들에게 독려하기 위함이다.
이직도 적극 장려한다. 지엘컴에서 근무한 뒤 조 대표의 추천으로 대기업 광고계열사인 제일기획과 이노션 등으로 이직한 사례도 있다. 조 대표는 "대기업 광고회사로 간 우리 직원들은 또 다시 나의 클라이언트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16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AIC 2018_펜타스톰 대회를 마친 뒤 지엘컴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지엘컴]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는 '에니어그램' 공식을 활용한다. 직원 개개인의 성향을 머리형, 가슴형, 장형으로 나누고 그에 맞는 지시를 내린다. 조 대표는 "운동선수와 같은 장형 직원에게 논리적인 머리형 오더를 내린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쟁이들이 모여있는 집단을 이끌기 위해선 직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조 대표의 경영 철학인 도전정신은 사실 그의 다사다난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학생 시절부터 일명 '때밀이'인 목욕관리사, 토스트 트럭 장사, 건강식품 외판원 등 거치지 않았던 직업이 없을 정도다. 그러던 중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내고 실제 돼지를 길거리에 끌고 다니며 홍보했던 경험을 계기로 이벤트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특수는 그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다. 폴란드전 당시 SK텔레콤과 대학로 앞에서 국내 최초 길거리 응원전을 기획한다. SK텔레콤은 '우승 시 모든 펍 공짜' 공약을 내걸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에 이벤트는 대성공을 거뒀다.
길거리 응원 반응이 뜨겁자 서울 시청 앞으로 무대를 옮겼고, 당시 조 대표는 전국에서 마임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온 몸에 바디페인팅을 하고 '스피드 011'로고를 이마에 그려넣은 마임 전문가들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었고, 홍보 효과는 배가 됐다.
2013년 홍대 신사옥을 마련한 뒤부터는 새로운 사업에도 진출했다. 행사장에서 동시통역 단말기가 매번 없어져 곤란해하던 조 대표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 참가자들은 앱만 깔면 이어폰을 통해 동시 통역은 물론 행사 정보까지 받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엘컴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이노비즈' 인증도 취득했다.
조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직장인 연봉으로는 서울에 집 한 채 사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도전 정신을 가진 직원들과 함께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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